요즘 부산항은 긴장하고 있다. 부산항 중심의 국제해운물류네트워크가 흔들리는 탓이다. 해운과 항만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국내 1위, 세계 7위, 미주항로 시장점유율 4위의 위상을 자랑했던 한진해운의 청산이 진행되면서 생긴 일이다. 현재 한진해운의 부산항 중심 국제해운서비스망의 존립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물류강국으로 발전을 거듭해왔다. 2015년 기준으로 부산항은 컨테이너처리량 세계 6위, 환적처리량 세계 3위, 인천국제공항은 국제화물운송 세계3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한 나라가 세계 5위 안에 드는 항만과 공항을 동시에 소유한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우수한 입지, 미래를 내다본 혜안, 전문성으로 무장한 정책당국이 삼위일체가 돼 한반도를 동북아의 국제해운 항공 항만물류중심기지로 육성한 결실이다. 부산항과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한 다른 나라 지도자와 정책당국자들은 규모와 역할에 놀라고 부러워할 정도다. 우리나라의 철강, 조선, 해운, 항만산업도 탄탄한 전후방 연관효과를 발휘하면서 모범적으로 성장해왔다. 부산항을 알면 알수록 우리의 긍지와 자부심, 부산항의 소중함을 저절로 느끼게 된다.

부산항은 국내 수출입기업과 세계시장, 아시아 역내, 미주와 아시아를 연결하는 중심에 위치해 연계성이 뛰어나다. 부산항은 우리나라 수출입업체가 세계시장으로 나가는 고속도로가 되어 주었고 부산항 좌측에 있는 나라의 화물이 부산항 우측에 있는 최종목적지로 이동하는 인터체인지가 되어 주었다. 그 반대 방향의 이동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부산항에는 우려와 염려가 많다. 항만당국, 부산시, 업계, 학계, 연구소 등은 한진해운 사태 이후 부산항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예측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해운 없는 항만'은 존재의 이유가 없다.지역과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히 크고 특히, 수출입으로 성장한 우리나라에서 대형 원양국적선사는 수출입화주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부산해운항만물류생태계의 주된 관심은 한진해운이 수십 년 동안 구축해 온 부산항 중심의 영업망이 훼손되거나 이로 인하여 화물이 부산항을 이탈하는 것을 최소화하는 데 있다.

그동안 항만당국은 지난 8월부터 정부와 채권단의 해운산업 구조조정을 예의주시하고 비상대책본부를 가동하여 지난 9월 1일 한진해운 법정관리가 결정되자 국내외에 쌓아온 협력과 신뢰를 바탕으로 현장대응을 하고 끝까지 책임진다는 자세로 일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해운항만공항분야에서 국가정책을 수행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모든 위기는 국가발전의 새로운 기회와 도약을 만들어 내는 토양이 된다는 점과 우리 부산항의 중심성 연계성 개방성 국제성 역동성 성장성은 한 번도 퇴보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한진해운 청산이 진행되자 부산항 컨테이너 50만 TEU가량이 다른 항만으로 이탈할 전망이다. 그만큼 한진해운이 구축해 온 부산항 중심 국제해운물류망이 훼손될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은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을 재건하는데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할 시점이다. 정책은 타이밍의 예술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년 4월 재편된 해운동맹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원양국적선사는 현대상선과 최근에 한진해운 자산매각 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어 본계약을 체결한 SM그룹이다. 이들 두 원양국적선사가 향후 글로벌 해운경쟁의 파고를 잘 넘어야 한다.

두 국적선사가 살아남아 튼튼하게 성장해 부산항 중심의 국제해운물류망을 살리고 한반도의 동북아시아 물류중심기지의 위상과 역할을 변함없이 유지 발전시키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물류분야의 국가발전이다.

21세기는 해양시대이며 국제 대이동의 시대이다. 물류강국은 선진국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 해운산업과 부산항이 부산지역과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기여해 온 경로와 성과를 재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경제적인 관점에서 우리나라 원양국적선사를 육성하는 방안을 다시 만들고 부산항 중심의 국제 해운물류네트워크를 복원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해야 할 때이다.

부산항에는 여전히 세계 각국의 항만을 향해 출항하는 선박의 뱃고동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수많은 선박이 부산항을 찾고 있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자.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부산항만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