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남 양산지역 아파트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통 큰 배려문화가 지역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일부 아파트의 모범사례가 알려지면서 다른 아파트들도 공익을 위해서 무언가 해보자는 움직임이 이는 등 타인을 배려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조짐이다.

양산신도시 내 양주동 현대아파트는 아파트 주차장 일부를 양주동 주민센터 이용자를 위해 개방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양주동 사무소를 찾는 민원인과 문화강좌 수강생 등 하루 1000여 명은 주차전쟁에서 벗어나게 돼 이 소식을 크게 반기고 있다.

양산시 물금읍 범어리 덕산아파트도 입주민 대표회의 측이 아파트 주차장을 인근 양산시립도서관과 양산시체육센터 등 공공기관 이용자의 통로로 개방했다. 이로 인해 이들 시설 이용자들은 위험한 도로를 따라 500m를 우회하지 않고 지름길인 아파트 통로를 통해 안전하게 다닐 수 있게 됐다.

사실 아무리 이웃주민이라 해도 자신의 아파트 시설을 입주민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개방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시설물의 파손은 물론 각종 사건사고 위험에 노출되는 등 위해 및 위험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만약 인명사고라도 나면 책임 문제가 뒤따르는 등 분쟁 소지 때문에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다. 이런 점에서 이들 아파트 입주민대표회 회장 등 임원진이 주민들을 설득해 아파트 시설을 공익을 위해 개방하도록 한 것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주민들을 설득해 아파트 주차장 개방을 이끌어낸 양주동 현대아파트 강명구 입주자 대표 회장은 "양주동 주민 모두가 '이웃'이라는 생각으로 공익을 위해 조금 배려하자고 입주민을 설득했다"며 "일부 주민은 우리가 굳이 남 좋은 일 시킬 필요 있느냐고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좋은 취지에 수긍했다"고 그간의 경위를 설명했다.

강 회장의 말을 들어보면 아파트 입주민들이 일단 이기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으나 취지를 잘 설명하고 설득하면 다양한 공익적인 사업에도 얼마든지 배려를 이끌어 낼 수 있음을 수긍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아파트 배려 문화 사례를 계기로 양산지역 전체 아파트 단지에서도 배려문화가 확산되도록 붐 조성이 필요하다. 자발적인 배려문화 확산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양산시 등 지자체가 정책적 지원을 통해 붐을 이끌어 내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이런 점에서 최근 양산시가 내년도 특수시책으로 내놓은 '이웃사랑 공동체 의식 활성화' 정책은 주목할 만하다. 이 시책은 마을별 고질 민원 해결 사례, 미담 사례 등 우수사례를 수집해 이를 평가하고 시상하는 제도이다.

인위적으로 배려 문화를 진작하려 한다는 부정적 평가도 있지만 시책을 통해서라도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 주민들의 공익성을 키우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보는 긍정적 시각이 더 많다. 양산지역의 경우 전체 세대의 80%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거주할 정도로 주거지가 집단화돼 있다. 이러다 보니 층간소음이나 주차 문제 등 사소한 불편에도 이웃끼리 얼굴을 붉히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할 때가 많다.

배려 문화가 확산되면 주민들의 마음도 넓어져 사소한 문제는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등 마을 분위기가 훨씬 밝아질 수 있다. 그러면 각종 민원도 크게 줄고 이웃끼리 보면 먼저 인사하는 등 살기 좋은 공동체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이다.

사회2부 부장 sr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