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촛불집회에 중고등학생들도 다수 참여하고 있다. 현 시국에 대한 학생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지만 그동안 시위 관행에서 볼 때 중고등학생, 심지어 초등학생들의 참여는 다소 이례적이다. 학생들의 뜨거운 참여 열기는 국정 농단으로 지탄받는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대학 부정입학 의혹, 중·고교 재학시절 출석 일수의 턱없는 미달에도 졸업하는 등 특권층에 의한 공교육 질서 문란행위에 대한 분노가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
지난 3월 25일 학벌사회를 넘어서기 위한 시민운동단체인 '학벌 없는 사회'가 창립 17년 만에 자진 해산을 선언했다. 그들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학벌 중심의 기득권 구조가 여전히 공고하지만 학벌도 무기력하게 만드는 부모가 가진 자본의 힘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탄식을 했다. 이제 학벌 없는 사회를 넘어서서 다양한 사회주제들에 대해 새로운 운동의 방향을 정립해 나가겠다고 했다.
우리 사회의 학벌 중시 경향은 산업고도화 시기 노동시장의 채용 관행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좋은 일자리에 진입하려고 하는 사람은 많고 일자리는 제한적이라 기업의 채용과 승진이 주로 학력과 학벌이라는 기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이렇게 과도하게 작동되는 학벌사회는 줄어들기는커녕 더욱 확장되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 자료에 의하면 2014년 사법시험 선발의 39%, 2011~2014년간 신규법관의 80%, 외무고시 합격자의 81%, 19대 국회의원의 43%, 500대 기업 CEO의 50.5%, 언론사 간부의 75%는 이른바 SKY대 출신이다. 학벌사회는 지역 간 격차를 통해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서울대 진학률에서 전국 평균을 100으로 놓고 보았을 때 2000년 서울지역은 150, 광역시는 120 정도였으나 2012년은 서울은 200에 육박하고 있고 광역시는 80수준으로 하락하였다. 학벌사회의 중요한 경로는 특목고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 한국사회에서 학벌사회를 뚫고 공정한 시험을 통해 고용의 안정성을 보장받는 경로는 아이러니하게도 공무원이다. 전국 100만의 취업준비생 중 40만 명이 이른바 '공시족'인데 이들의 대부분은 대졸자들로서 공무원들의 직무가 대학졸업장을 꼭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만큼 교육 인플레도 엄청난 것이다.
선진 각국은 교육혁신정책의 핵심을 격차 해소에 두고 있다. 미국의 낙오학생방지법과 학교-지역사회 파트너십, 영국의 취약지역 중심의 교육혁신 및 교육복지사업 등을 들 수 있다. 국제학업성취도 평가에서 1위를 놓치지 않는 핀란드와 복지선진국 스웨덴 등에서의 교육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특성을 다수 갖고 있다. 즐거움과 학생복지 중심의 기초교육과정, 사회적 연대 및 신뢰의 존중, 학력 간 사회적 격차의 최소화 등이다.
지속가능한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는 교육의 격차 해소다. 자녀교육에 있어서만큼은 부의 대물림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걸 위해서는 교육복지에 대한 다양한 사업의 개발과 투자를 늘려야 한다. 자녀수당제 도입과 저소득층의 자녀양육 세금 환급 확대 등의 정책은 출산율을 높이는데도 많은 기여를 할 것이다. 지역사회와 부모들이 더 많이 교육에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교육의 역동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교육은 부산을 살리는 해법이 될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부산의 학령기 인구는 59만 명이었지만 2040년 34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며 그 감소 규모가 -42%로 전국 최고수준이다. 그런데 부산 교육의 질과 만족도가 전국 최고수준이 된다면 자녀교육 때문이라도 부산에 남거나 심지어 타지에서 몰려들어 학령인구 감소를 역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부산만의 교육브랜드로 특목고와 입시 중심의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지역사회 교육환경과 다양한 교육체험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대기업 본사의 유치나 서울의 중추관리기능을 부산이 갖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교육의 차별화로 부산이 주목받고 자녀교육 때문에 부산에 이주하고 싶어 하는 도시를 만드는 일은 훨씬 더 쉽고 달성 가능한 전략이다.
하퍼 리의 소설 '앵무새 죽이기'에서 어린 스카웃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대답을 다음과 같이 한다. '모든 이에게 공평한 권리를 주고, 어느 누구에게도 특권을 주지 않는 것'. 미국의 자유주의사상가 존 듀이는 학교는 '작은 규모의 민주주의 사회'라고 했다. 민주주의가 훼손된 이 시기에 교육이 우리 모두가 꿈 꿔야 할 우리나라 미래이자 해법의 방향이다.
부산복지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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