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통령으로서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피의자 신분이 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국민 불복종 운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동맹휴업을 결의하거나 투표를 진행 중인 학교가 늘고 있으며 노동계는 오는 30일 총파업을 선언했다. 국민들도 납세 거부, 대통령 퇴진 글이 적힌 옷 입기, 자동차에 스티커 붙이기, 베란다에 현수막 내걸기, 조기 달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에 동참하고 있다. SNS에서도 평화 시위 대신 일상 속에서 불복종 시위를 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말 그대로 '박 대통령 인정 안하기'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전적으로 박 대통령 책임이다. 검찰이 자신을 최순실 국정 농단의 공범으로 규정했음에도 박 대통령은 퇴진 의사를 밝히기는커녕 당초 담화 때 약속했던 검찰 조사마저 거부, 국민들의 분노를 더 부채질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사실상 국정이 마비되고 온 나라가 큰 혼란에 빠졌지만 박 대통령은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느냐"는 식으로 막무가내로 버티고 있다.

박 대통령이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어제 나온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4%에 불과했다. 이는 박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는 물론이고 1988년 한국갤럽이 대통령 직무 평가 여론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20대와 30대의 지지도는 아예 0%였고 보수성향이 상당히 강하다는 60대 이상에서도 9%에 그쳤다. 특히 박 대통령의 정치적 텃밭이라는 대구·경북의 지지도는 3%로 전국 평균보다 더 낮은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한국갤럽의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서 보듯 지금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불복종 운동은 국민이 대통령을 거부한다는 민심의 분명한 표현이다. 한편으로는 민주노총의 주장처럼 '신뢰를 잃어버린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한 국민 저항권의 표출'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국민 불복종 운동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수그러질 것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민심은 총칼보다 무섭다. 박 대통령은 왜 국민들이 일상 속에서까지 더는 자신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목청을 높이는지를 잘 헤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