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출입기자 중 한 분이 "취재를 하다 보면 공정거래위원회를 모른다는 사람은 거의 못 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제대로 아는 사람도 드물더라"고 평을 한 적이 있다. 이 말을 듣고 공정거래위원회라는 이름이 많이 알려졌다는 점에서 '이제는 공정위가 국민의 일상 속에 확실히 자리매김하였구나'는 반가움과 동시에 '우리가 하는 일을 국민께 충분히 알려드리지 못했구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공정위는 사업자 간 거래에서 불공정한 수단 등이 사용되어 시장에서의 경쟁이 제한되거나 제한될 우려가 있는 경우 이를 조사하고 제재하는 정부기관이다. 그래서 경기장에서 반칙이 이루어지는지를 감시하는 심판 역할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으로 본다. 이 정도는 알고 있더라도 '심사관이 올린 사건을 위원회에서 무혐의 처리했다, 과징금을 깎아주었다' 등과 같은 언론 보도를 접하게 된다면 공정위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맞는지 공정위의 정체에 대해 혼란을 느끼게 되는 분들도 있을 법하다.

공정위의 조직을 살펴보면, 공정거래 관련 정책을 입안하고 사건을 조사하여 심사보고서를 작성하는 사무처(조사를 담당하는 공무원을 심사관이라고 한다)와 사무처가 상정한 사건의 법 위반 여부와 과징금 규모 등을 결정하는 위원회(전원회의, 소회의)로 이루어져 있다.

사건을 조사해서 위원회에 심사보고서를 상정한다는 점에서 심사관은 검찰과 비슷하고 법 위반 여부와 제재 수준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위원회는 법원과 유사하다. 검찰 역할을 하는 사무처(심사관)와 법원 역할의 위원회가 공정위라고 하는 한 조직 내에 있다는 점이 특이해 보이겠지만, 공정거래 업무를 담당하는 대부분 외국기관의 경우도 비슷하다. 이는 경제 분야의 각종 거래 관련한 사건을 전문성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심의 및 의결기구도 최고 결정권자 1인이 존재하는 독임제 구조가 아니라 여러 명의 위원이 토의하고 합의하여 결정하는 위원회 구조가 일반적인데, 이는 공정성 독립성 그리고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일반적인 다른 정부기관은 업무 담당자가 어떤 사안에 대해 작성한 보고서가 결재라인을 따라 보고되는 과정에서 내용이 수정되며, 때에 따라서는 처음과 완전히 달라지기도 한다. 그리고 최초의 실무의견과 최종적인 공식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비판을 받는 일은 없다.

공정위의 사건처리 절차도 마찬가지이다. 조사 업무를 담당하는 심사관이 심사보고서를 상정하여 위법하다는 의견을 제시하더라도 공정위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위원회에서 위원 9인이 토의를 거쳐 그렇지 않다고 판단할 수도 있고 과징금액에 대해서도 적절히 판단할 수 있다. 즉, 공정거래 관련 법령의 위반 여부 판단은 심사관의 심사보고서를 토대로 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쳐 9인의 위원들의 합의로 결정된다.

다만, 이러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특징적인 부분은 법원의 재판과 유사한 대심구조를 채택하였다는 점이다. 공정위의 위법성 판단은 국민(피심인)의 권리 의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므로, 피심인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공정한 의결을 하기 위하여 심사관과 피심인이 위원들 앞에서 서로 법적 쟁점에 대해 다툴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이런 충분한 심의 과정을 거쳐 위원회가 위법하다고 의결하여 처분하더라도, 피심인은 이에 불복하는 경우 서울고등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위원회가 공정하고 적정한 결정을 하도록 대심구조를 채택한 것이므로 심사관의 실무의견과 다른 방향 또는 내용으로 위원회가 결정하였다고 비판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특히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핵심 쟁점의 하나인 경쟁 제한성 여부에 대해서는 공정위와 서울고등법원, 대법원의 판단이 서로 다른 경우도 왕왕 있는 것처럼 심사관과 위원회 간 의견이 다른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공정위의 조직구조에 대해 상세히 언급한 것은 국민께 (공정위가) 제대로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 많은 관심을 두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심사관이 상정한 내용 그대로 위원회가 처리하지 않는 것과 같이 공정위 조직 구조 자체에서 기인하는 사항을 문제 삼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물론 불필요한 오해를 씻어내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공정거래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