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이 일어나면 원자력발전소(원전)로 대피한다? 황당하기 그지없을 이야기지만, 강한 지진의 빈도가 높은 일본에서 실제 일어난 일이다.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이른바 '동일본 대지진'이라고 불리는 도호쿠 지방의 태평양해역 지진은 리히터 규모 9.0의 대지진이다. 세계에서 네 번째 큰 지진으로 기록될 정도로 그 강도는 대단했다. 일본 전역을 강타한 이 대지진의 여파는 일반 건물의 내진설계 기준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으로,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 일대의 건물들의 붕괴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야기 현의 오나가와 원전은 졸지에 집을 잃은 국민들에게 보금자리가 돼 주었다.

일반적으로 원전은 방사성물질 외부 누출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하기에 그 어떤 구조물이나 설비보다 더 튼튼하고 정밀하게 시공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때문에 주택이나 빌딩보다 지진에 훨씬 잘 견딘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원전 근처에 대피소를 마련하여 혹시 모를 2차 붕괴로 인한 추가사고를 막고 있다. 원전 설계상의 '안전'이 기초가 되고, 국민의 정부에 대한 신뢰가 기반이 된 지진 대처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모습을 떠올리다 최근 5.8 규모의 지진을 겪은 우리나라는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북 경주 지진으로 우리나라도 더는 지진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주장이 속속들이 나오면서 국가 기반시설의 내진설계에 대한 관심을 표하기 시작한 현실 때문이다. 그 여파는 발전소 또한 예외가 아닌지라 지진이 발생했다는 뉴스가 전해질 때마다 높은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벤저민 프랭클린은 '불신과 주의는 안전의 어머니'라 말했다. 안전을 위해 한 번 더 의심하고 경계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뜻을 지닌 명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언제나 대환영이다. 하지만 필요 이상의 기우가 누적되면서 걱정 이상의 걱정을 키우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원전은 화력발전과 더불어 국내 전력공급의 쌍두마차로, 저렴한 원가로 전기를 생산해 국가경제에 이바지해 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국내 산업의 든든한 기반이다. 자원 하나 없는 우리나라 에너지 소비의 3분의 1 이상을 책임지며, 전력공급을 챙겨왔다. 밤낮으로 전력공급 안정을 위해 노력하는 지금의 원전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경제성장이 과연 가능했을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된다.

우리나라 전력 생산의 85% 이상 점유하고 있는 발전공기업은 발전소 건설부터 운영, 관리 및 대처에 이르기까지 잠재적 위험에 철저히 대비하는 안전 최우선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는 점을 전하고 싶다. 일본과 같이 지진의 빈도가 잦지 않다고 하더라도 재난에 대비해 부지 선정부터 철저한 정밀조사를 수행하며, 안전전문기관의 검사 아래 내진설계 기준을 완벽히 이행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부지에서 예상되는 최대 지진을 고려해 일반 건물보다 구조물의 벽체와 기둥을 두껍게 만들고 철근 사용량을 대폭 늘려 충격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원자로 건물은 단단한 암반 위에 건설하여 지진으로 인한 진동을 줄이고, 철근콘크리트 내진벽을 설치하여 강한 지진에도 발전소 안전상 문제가 없도록 건설하고 있다.

물론 철저한 검증과 내진설계, 안전시공과 함께 대형 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책 마련에도 힘쓰고 있다. 지진 이후 발생한 초대형 쓰나미로 인해 발전소가 침수돼 사용후핵연료 저장고의 비상 전원공급이 끊겨 냉각수가 공급되지 않아 사용후핵연료가 용융하여 수소가 발생해 폭발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반면교사 삼아 해안 방벽을 증설하고, 수소제거설비, 5중 전원공급대책 등 50여 가지 종합대책을 마련하여 유사시를 대비하고 있다.

또한 현재 운영 중인 원전은 운전정지 지진과 안전정지 지진 기준을 설정하여 원전 운영의 안전을 도모하고 있다. 진도가 약한 지진 발생 시 향후 강한 지진을 고려해 수동으로 정지하는가 하면 초기부터 강한 지진에 대비하여 자동으로 멈추도록 했다.

안전은 아무리 지나치게 강조하여도 부족함이 없다고 할 것이다. 그렇기에 정부는 2018년 4월 완료를 목표로 원전의 내진설계 기준을 현행 규모 6.5에서 규모 7.0으로 확대해 성능 보강을 추진하고 있다.

안전을 위한 이러한 노력은 국민의 신뢰 회복에 기점이 되리라 생각한다. 지금도 국민의 불안감 해소와 신뢰 회복을 위한 사전 예방과 대비를 철저히 하여 믿고 가는 발전소를 만들 때다. 이를 위해 발전소에서 안정적 전력공급의 책무를 다하고자 교대근무를 하고, 원전 1㎞ 이내에 가족과 함께 거주하며 땀 흘려 일하는 발전 종사자들의 노고는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남부발전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