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명이 태어나기까지 엄마 배 속에서 보내는 시간은 40주이다. 40주가 되면 태아는 비로소 모든 준비를 마치고 세상으로 나오게 된다. 하지만, 채 세상에 적응할 준비를 마치지 못하고 태어나는 아이들이 있다. 인큐베이터에서 또 한 번 태어나는 아이들, 이른둥이라고 부르는 미숙아들이다. 세계보건기구의 정의에 의하면 임신 기간 37주 미만 또는 최종 월경일로부터 37주 미만에 태어난 아기를 미숙아 또는 조산아라고 한다. 이와 별도로 출생 체중을 기준으로 나눴을 때 2500g 이하인 경우 저체중 출생아, 1500g 미만을 극소저체중 출생아, 1000g 미만을 초극소저체중 출생아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출생 체중 2.5㎏ 이하의 저체중 출생아 수는 1993년에 1만8532명에서 2011년 2만4647명으로 33% 증가했고, 전체 출생아 중 차지하는 비중은 1993년 2.6%였던데 비해 2014년에는 6.7%로 세 배로 늘었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출생아 수는 1993년 71만5826명에서 2012년 48만4550명으로 19년간 약 32%나 감소해 심각한 저출산 상태이다. 아기는 과거에 비해 적게 태어나데도, 미숙아의 숫자는 늘어나고 있다는 말이다. 이와 같은 저체중 출생아 및 미숙아 증가의 원인은 늦은 결혼으로 인한 산모의 노령화 및 불임의 증가, 또 이에 따른 인공임신술로 인한 조산, 쌍둥이, 세쌍둥이 등 다태아의 증가가 그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미숙아는 모든 장기가 완전히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되기 이전 미숙한 상태로 태어난다. 따라서 면역력도 약하고 호흡기, 심혈관, 신경, 소화기, 혈액 및 대사, 감염 등 모든 신체기관에 이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신생아 중환자실에 오랫동안 입원해 집중치료를 받은 이후 퇴원을 해도 소아청소년과 안과 이비인후과 재활의학과 신경외과 등 여러 과를 전전하며 외래진료를 지속해서 받으면서 꾸준하게 건강상태를 관찰해야 한다.

이러한 미숙아 치료에는 많은 치료비가 든다. 24주에서 28주 사이의 초극소 미숙아는 신생아집중치료실에 2~3개월 입원하게 되는데, 환자가 부담하는 진료비만도 많게는 수천만 원에 이른다. 물론 일부 정부의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MRI검사를 비롯한 많은 검사 및 일부 약제가 보험적용에 제한이 있거나 아예 되지 않는다. 이런 경제적인 문제로 아직도 많은 불임부부가 어렵게 임신을 하여 미숙아를 출산한 경우, 많은 진료비 때문에 힘겨워 하는 것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산정특례제도 및 미숙아 진료비 지원 등의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모든 미숙아에 전부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비용 걱정에 아예 처음부터 치료를 포기하는 부모도 간간이 있다. 그들 앞에서 생명을 포기하지 말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현실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요즘 온 나라가 어수선한 국정 농단 사건의 주인공들인 최순실 차은택 등이 공모하여 대통령을 등에 업고 그동안 계획적으로 늘려 가져간 문화창조융합 관련 예산이 700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최순실 국정 농단 관련 예산은 올해 예산에만 10건에 2714억 원이고 내년 예산에는 더 많은 돈이 배정되어 있단다. 그리고 더 기가 막힌 것은 이들의 주머니를 채워줄 문화융성 관련 예산을 늘려주기 위해 다른 부문의 예산이 삭감됐는데, 주로 삭감된 곳이 저소득층 및 아동 관련 예산, 보건 의료 및 복지 관련 예산들이었다는데 화가 치민다. 최순실 일당이 해 먹은 돈의 몇 십분의 일만 있어도 우리나라 모든 미숙아 부모의 가슴을 멍들게 한 진료비를 해결해 줄 수 있었다. 또 일부 재벌은 문화창조융합사업에 1조 원이 넘는 돈을 투자한다고 했다는데, 문화창조융합은 고사하고 그 돈으로 어렵게 태어난 이른둥이들의 생명을 지켜줄 예산을 확보하고, 미숙아들의 진료비를 지원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우리 병원의 신생아집중치료실에는 바람 앞에 흔들리는 촛불처럼 가녀린 미숙아들이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제발 그들의 촛불이 꺼지지 않아야 할 텐데….

인제의대 부산백병원 소아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