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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칼럼] 버릴 줄 아는 큰 그릇의 보수들에게

'정치세력 민주화'에서 '시대와 국민의 민주화'로 갈 변곡점

기득권 버릴 용기와 국민의 분노·아픔 포용할 정치인 어디에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6-11-17 19:22:35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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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박정희 정권의 종언(終焉)은 한국 현대사의 거대 변곡점이었다. 왕조와 식민시대의 뒤를 이은 권위, 혹은 억압의 통치가 종말을 고하고 민주화 시대의 새로운 장이 열린 것이었으니. 이제 다시 2016년, 그의 딸 박근혜 정권의 소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우리 역사의 또 다른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매우 짙다.
   
정권의 암투가 빚은 박정희 정권의 종언이 민주화시대를 열었다고는 하지만 사실 우여곡절의 혼란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범국민적 '6·10항쟁'의 힘으로 일궈낸 민주화. 그러나 그 '민주화'의 수혜는 대부분 정치권으로 돌아갔고, 민주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실망과 회의로 분노의 열기를 쌓아왔다. 국민의 분노가 체념으로 식어가며 비틀거리는 오늘, 정상적 사고로는 도저히 이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괴이쩍은 일들이 정신을 깨우고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시건방진 단언을 하자면 만약 오늘의 사태를 제대로 극복만 한다면 우리는 '정치권의 민주화'가 아닌 진정한 '시대와 국민의 민주화'로 꽃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다시 정치권의 민주적 혼란(?)으로 얼버무리게 된다면 부글거리는 미증유의 국제적 혼란 속에 우리는 갈피를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먼저는 저마다의 계산에 따른 정치권의 눈치 보기이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야기할지 모를 역풍이 두려워 '권한 이양'이니 '2선 후퇴'니 하는 정치용어로 정당한 법적 절차를 외면하는 행태는 '범법 정권'의 반격에 빌미를 줄 여지가 농후했고 현실로 드러났다. 다음은 광화문 광장에 모인 100만 국민의 속내 읽기에서의 착각이다. 물론 당장은 '하야'를 외치기에 충분한 들끓는 분노였다. 그러나 이면에는 걱정과 두려움이 더 컸다.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의 현실화, 중국의 무도한 횡포,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당선, 영국의 브렉시트,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과연 누가 차기 정권을 이어야 지각이 흔들리는 이 세계사적 혼란국면에서 나라를 건사할지 애가 타는데 정치권은 그저 물 만난 축과 허둥거리는 축뿐이었다. 과연 국민이 그저 분노 때문에, 물 만나 신나는 치들에게 무작정 권한을 주려 할까? 아니면 불안 때문에 여전히 정신줄 놓은, 허둥거리는 치들에게 피치 못한 용서라도 할까? 결코 어느 쪽에도 마음이 없다. 그래서 더욱 불안과 분노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살아 있는 권력' '최대 지분의 현존하는 세(勢)' 그게 두려워 어이가 막히다 못해 쌍욕이 절로 터지는 소위 '친박 세력'의 억지에도 결단 내리지 못하는 비루함이라니. 아무리 그들의 세가 만만치 않다고 해도 이 난국에서 드러나는 그들의 행태를 보라. 중진이라는 이의 태연한 테니스 놀이, 얼치기 초선들의 정신 나간 골프 회동에 '김영란법'이 아슬아슬한 술판. 그것만으로도 국민은 드러나지 않은 곳에서 무슨 짓들을 하고 있을지 미루어 짐작하고 이미 마음속에서 내다 버린 바이다.

'법대로'의 원칙을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결단할 용기가 필요하다. 국내 정치의 혼란에서 책임이 자유로운 반기문 UN사무총장이 두려울 수 있다. 하지만 그 진정한 실체는 믿을 수 있는 보수의 부재에 있음을 왜 모르는가! 어쨌거나 정통 보수를 지켜갈 자원은 여전히 풍부하다. 그들이 어떤 정신과 자세로 하나가 되느냐가 문제이다.

이쯤에서 책임 있는 정치인 몇 분에게 고언을 드리고자 한다.
어쨌거나 그들은 보수 수호자로서의 의미와 가치를 여전히 잃지 않고 있다. 일부 부정적 이미지도 있지만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라면 스스로를 버릴 줄 아는 큰 그릇의 기대를 여전히 받고 있는 이들 말이다. 나라의 명운이 백척간두인데 무엇에 집착해 엇박자들인가. 어떤 이는 소위 '옥쇄파동'의 가장 큰 수혜자이면서도 자신을 위해 곤욕을 치른 이에게 당선 후 전화조차 없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염치없고, 서운하고 분통 터질 일이지만 그런 감정에 연연할 여유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 무조건 포옹하고 포용해야 할 일이다. 어쩌면 영호남이 어우러져 오랜 지역 정치를 끝내는 기회인지도 모른다.

헌법을 바꿔야 한다는 데 국민 거의가 동의한다. 문제는 '어떻게'이다. 그저 날치기로 권력구조만 바꿀 생각이라면 그것만으로 타협을 이루는 데도 하세월이 될 가능성이 크다. 권력구조뿐 아니라 시대의 변화에 걸맞은 국민의 기본권, 통일의 기본정신과 융통성, 경제구조와 복지의 원칙, AI시대와 미래 청년 대책 등등 최소 50년 이상을 내다보는 개헌이라야 한다.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을,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방안으로 추대해 다음 총선 이전까지 개헌을 주목표로 '법대로'의 순서를 주도할 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자신을 버릴 줄 아는 큰 그릇의 정치인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소설가의 상상력 때문인지 수상한 기운도 느껴진다.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께서 4000억 원이 넘는 사재를 출연하여 만들어진 '여시재(與時齎)'는 세계 최정상급의 대한민국 싱크탱크를 지향한다. 기대가 컸는데 핵심 인사의 면면이 그 화려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주도적 역할을 하는 이는 정치적 꿈이 컸던 이였다. 보수의 위기라고 국민이 기득권의 고착화나 견고화를 용인하지도 않을 테지만 괜한 욕심으로 구심점을 흩뜨릴까 우려된다.

   
얼마나 많은 얼치기와 야심가들이 앞으로의 1년여를 흔들지 모르겠다. 그러나 광화문에 모였던 100만의 분노와 열기는 겨울 한파에 겉은 수그러들지 몰라도 속은 쉬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목청을 높이는 세력이 얼마나 많았던가. 하지만 그들이 이뤄낸 것은 별로 없었다. 그들이 불씨가 되었을 수는 있지만 결국은 말 없는 국민의 힘이었고 승리였다. 간단치 않은, 참으로 현명하고 영악한 국민이다. '정치세력의 민주화'에서 '시대와 국민의 민주화'로 승화될 역사의 변곡점에서 주인인 국민의 등에 올라탈 수 있는 주인공은 먼저 자신을 버리는 용기, 분노와 아픔을 끌어안을 수 있는 큰 그릇일 것이라 감히 장담한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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