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영국에서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은 방적산업을 저비용 대량생산이 가능하도록 하여 산업혁명을 촉발하였다. 증기기관이라는 기술혁신을 방적기에 적용하여 가내수공업 수준의 방적산업을 대규모 공장방식으로 바꾼 비즈니스 혁신이 일어났다. 신개념 비즈니스가 탄생한 것이다.

1800년대 중반부터 증기 기관식 자동차로 시작하여 내연기관 엔진을 갖춘 자동차가 등장했지만, 워낙 고가라 극히 일부의 부자나 탈 수 있었다. 1900년대 초반 미국 포드자동차의 컨베이어벨트 방식의 자동차조립라인은 제조원가를 1/3 수준으로 낮추었다. 그러나 일반 봉급생활자들에게는 거금이었다.

그런데 자동차 할부금융이라는 당시로는 획기적인 비즈니스모델이 생겨 목돈이 없어도 쉽게 자동차를 구매하고 조금씩 갚아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자동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자동차 산업이 본격적으로 발전하였다. 이는 은행산업이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보험산업도 크게 발전하였다. 자동차 발전으로 장거리 출퇴근이 가능해짐에 따라 교외 지역에 주택건설이 늘어나게 된 것도 주택 할부금융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기술혁신이 비즈니스와 결합되고 비즈니스모델을 혁신하면 새로운 시장, 새로운 산업이 열리면서 세상을 바꿀 폭발력을 갖게 된다. 그러나 1800년대 중반 증기엔진에 의한 자동차가 처음 운행되었던 영국에서는 잦은 사고로 인해 자동차가 초기에는 마차보다 빨리 달릴 수 없고 붉은 기를 든 안전요원을 뒤따라 가야 한다는 지금 보면 터무니없는 규제가 있었다. 이 규제를 없애는 데 수십 년이 걸리는 동안 자동차산업의 주도권은 미국 등의 후발국으로 넘어갔다.

아마 자동차 할부금융과 보험 등도 처음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많은 저항과 규제를 극복해야 했다. 신기술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많은 규제의 장벽과 사회적 저항을 극복해야 한다.

1900년대 중반 미국에서 제트엔진이 개발되어 여객기에 활용되어 장거리 고속 운항이 가능해지자 대륙 간 항공노선이 생겨났다. 당시 팬암사는 국제항공노선은 수요가 충분하지 않은 데 비해 막대한 투자가 소요되므로 2개 이상의 항공사는 과당경쟁과 비효율만 초래할 뿐이므로 독점을 보장해달라고 의회 등에 로비하였다. 이에 대해 항공기술과 산업발전에 크게 기여한 풍운아이자 기인인 하워드 휴스의 TWA사가 이러한 규제 움직임에 극렬히 저항하여 결국 경쟁체제로 결정되어 국제항공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최근 많은 신기술이 빠르게 등장하여 우리의 눈과 귀가 어지럽다. 3D 프린팅, 드론, 기계학습, 인공지능, 클라우드컴퓨팅, 사물인터넷(IoT), 무인자율차, 태양광발전, 가상현실, 증강현실, 인간형 로봇, 하이퍼루프(진공고속열차),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나노기술, 유전자치료 등 나열하기에도 숨 가쁘다.

기술혁신만으로는 새 시장이 저절로 열리지 않는다. 기존의 관행을 넘어선 신개념의 비즈니스가 함께 창출되어야 한다. 이는 종종 기존 비즈니스나 산업을 위협하거나 사회적 관행과 질서와 부딪히고 우려를 낳기도 한다. 기존의 기술과 비즈니스에 맞추어 구축되어온 각종 규제와 관행이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를 가로막는다. 근래에 모바일 인터넷 기술을 활용하여 자동차와 빈방을 공유하는 우버택시와 에어앤비는 많은 나라에서 택시와 숙박업계의 강한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구글, 테슬라 등이 개발하고 있는 무인자율차나 전기차가 널리 보급되면 운송서비스뿐 아니라 자동차산업 자체를 크게 뒤흔들 것이다. 그러나 무인자율차의 사고 위험과 책임 문제를 극복하고 도로주행에 대한 각종 규제를 극복하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인공지능기술도 마찬가지이다. 태양광발전이 급속히 보급되면 스마트그리드를 통해 전기차, 무인자율차와 상호보완적인 시너지를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그전에 기존 관련 산업 및 기업, 정부 관료, 이익집단, 규제로 엮어진 촘촘한 그물망을 극복해야 한다. 기술혁신과 이로 인해 창출되는 신개념의 비즈니스를 기존의 법체계, 사회체제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저항은 우리 자신에게 있다. 동시에 이를 극복할 지혜도 우리에게 있다. 열린 마음으로 토론하고 소통하여 새로운 세상을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KAIST 산업 및 시스템 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