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사기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2015년에는 우리나라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총 2400억 원에 달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700억 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먼저 최근의 피해사례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공공기관 직원을 사칭한 사기범이 고령의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왔다. 개인정보가 유출되었으니 예금을 모두 찾아 집안 냉장고에 넣어두라는 내용의 통화였다. 이 말에 속은 할머니가 은행에서 찾은 예금 수천만 원을 냉장고에 넣고는 잠깐 외출한 사이에, 사기범은 집 안에 침입해 현금을 훔쳐 달아났다. 평생 모은 소중한 노후자금을 하루아침에 사기범에게 뺏겨 버린 가슴 아픈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보이스피싱은 금융소비자의 피해를 야기하고 금융의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한 금융범죄이다. 개인정보 유출 등에 따른 여파로 우리 가족이, 주변의 친지나 동료가 언제든지 금융사기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이다. 피해를 본 당사자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물질적 피해 속에서 정신적 고통까지 겪게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보이스피싱을 방지하기 위한 금융보안 절차 강화 등으로 사회적 비용도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만 가고 있다.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해 금융감독원과 정부 관련 부처에서는 다양한 대책들을 수립하고, 언론 등을 통한 대국민홍보 활동도 계속 강화해 왔다. 이에 따라 이제는 국민 대다수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어떤 것인지 알고 있을 정도가 되었지만, 안타깝게도 여전히 많은 국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 지금까지도 보이스피싱 피해가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보이스피싱 사기가 갈수록 교묘하고 조직적인 형태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사기범들이 말투가 어눌한 중국교포가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유창하게 한국말을 구사하는 한국인이다. 게다가 피해자들이 현혹되기 쉽게 정교한 시나리오를 구성한 후에, 여러 명의 사기범이 역할을 분담해 보이스피싱 사기를 감행하기도 한다.

사기 수법도 정말 다양해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피해사례처럼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사전에 꿰고 있는 사기범들이 금융감독원이나 수사기관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은 그야말로 대표적인 수법이다. 낮은 금리의 대출이 가능하다면서 대출 진행과 관련한 수수료를 요구하는 대출 빙자형 보이스피싱도 최근 급증하고 있다. 또한,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을 표적으로 해서 채용을 해줄 테니 계좌 비밀번호와 같은 금융거래 정보를 알려달라는 취업 사기형 보이스피싱도 성행하고 있다.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전 국민이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보이스피싱 문제.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당연히 범정부 차원의 보이스피싱 근절 의지와 노력이 중요할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 정부는 진화해 가는 신종사기 수법,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의 피해예방요령을 적극 홍보하는 등 보이스피싱 피해 방지에 총력을 기울여 앞장설 것이다. 하지만 열 사람이 한 사람의 도둑을 잡지 못한다는 말처럼 금융당국과 정부에서 일일이 대응하는 것만으로는 보이스피싱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단초는 국민 모두가 "나도 언젠가는 보이스피싱에 당할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가지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금융당국과 정부의 노력에 더하여, 금융 소비자들이 보이스피싱 사기의 심각성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금융거래 시 각별한 관심과 주의를 기울인다면, 보이스피싱은 머지않아 이 땅에서 추방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수상한 전화나 미심쩍은 문자메시지를 받게 되면 혹시 보이스피싱은 아닐지 꼭 생각해 보시길 바란다. 가족이나 친지와 같은 주변의 조언을 듣고 상의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그리고 보이스피싱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있거나 혹여라도 보이스피싱 피해를 보게 되면, 금융감독원(전화 1332) 또는 경찰청(전화 112)으로 최대한 빨리 신고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금융감독원 부산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