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안전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 소득수준 증가에 따른 안전·신선·고급식품에 대한 수요 증가 등으로 글로벌 콜드체인 시장이 고속 성장 중에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드류리(Drewy)사는 이러한 현상을 근거로 2013~2017년 글로벌 해상 콜드체인 물동량이 연평균 17% 이상 증가할 것이라 전망했다. 특히 동북아시아는 중국의 소득수준 증가와 자국 식품에 대한 불신,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외국 안전식품에 대한 선호 등으로 인해 식품을 중심으로 한 콜드체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식품 수출입 통계를 보면 2005년 141억 달러에 불과했으나 2015년에 362억 달러로 3배 정도 성장세를 구가한 점이 좋은 예다.

콜드체인 상품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식품류, 수산물, 축산물, 화훼류 이외에 의약품, 화장품, 반도체 등도 포함되는 온도조절과 관리가 필요한 광범위한 상품군을 지칭한다. 해당 상품의 특수성 때문에 신속·안전 배송이 필수적인 상품이라 항공 혹은 카페리와 같은 빠른 수단을 통해 배송되며, 해당 물류거점은 공항이나 항만 직배후에 있는 냉동·냉장창고를 주로 이용한다. 따라서 다른 상품군과 비교해 운송비가 많이 들고 관리 수준과 기술력에 따라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물류분야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천공항과 인천항은 콜드체인 물류센터 유치 및 클러스터 구축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 계획을 진행 중에 있다. 인천공항과 인천항이 가지는 비즈니스 모델은 중국시장을 겨냥한 우리나라 수출 콜드체인 상품과 유럽·미국 등에서 한·중·일로 수입되는 콜드체인 상품들이 대상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콜드체인 상품은 인천의 전유물이고 부산이 있는 동남권은 관계가 없는 대상일까. 지금으로선 항로가 제한된 김해공항의 한계로 인해 부산이 가질 수 없는 비즈니스 모델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김해신공항에 새 활주로가 추가돼 대형 항공기가 취항할 수 있게 되면 남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부산은 공항의 약점을 갖고 있지만, 물동량 세계 6위의 항만을 보유한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신항 배후의 넓은 가공·물류단지와 북항을 중심으로 하는 한일 간 카페리 항로가 잠재적인 콜드체인 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신공항 확장을 통해 항만물류 인프라와 연계될 수 있다면 콜드체인 비즈니스 모델과 이와 연계한 'Sea & Air, Air & Sea'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하게 된다. 해당 모델은 물동량 창출과 같은 양적인 성장보다는 부가가치나 고용 창출과 같은 질적인 측면에 초점이 맞춰진다. 현재 김해공항의 화물처리 수준은 인천공항의 25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한 통계에 근거해 국교부가 수행한 동남권 신공항 입지용역에서 프랑스 용역단은 김해신공항이 2026년 처리 가능한 물동량을 연간 30만 t으로 추산했다. 동남권의 경제규모와 지경학적 입지를 고려할 때 아쉬운 수치이다. 그러나 해당 수요의 정확성을 논하기보다 김해신공항을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한가가 더 중요하다.

김해신공항 연계 콜드체인 비즈니스 모델은 신공항의 화물수요를 두 배 이상 증폭시키지는 못하지만, 공항과 항만을 활용하면 새로운 부가가치와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김해신공항 인접 지역에 부가가치 창출공간의 확보가 필요하다. 단순한 여객과 화물수요에 의한 공항부지 확장이 아니라 미래에 잠재하고 있는 부가가치 기반의 신규 수요에 대한 추가 부지 확보가 필요하다. 또 김해신공항의 활주로가 현재 3.2㎞에서 초대형기가 착륙할 수 있게 3.8㎞까지 확장돼야 한다. 이는 A380과 같은 대형기 취항으로 유럽과 미국까지의 연결노선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김해신공항과 KTX의 조기 연결을 통한 배후교통망 확충도 필요하다. 이미 계획상에 있으나 배후지와 신속한 연결을 위해서다. 부산신항과 김해신공항을 일원화할 수 있는 물류 및 통관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 해당 요건이 갖춰진다면 김해신공항은 화물처리 및 부가가치 창출 측면에서 인천공항에 견줄 수 있는 공항으로 거듭날 것이다.

미래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빠르게 변화한다. 물동량을 많이 처리해 세계 상위권 공항과 항만을 추구하던 시대는 지났다. 적은 화물을 처리하더라도 더 많은 부가가치와 고용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만이 저성장 단계에 접어든 부산을 포함한 동남권과 국내 경제를 재도약시킬 방안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항만·물류연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