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교통에 비유해 보자. 한 세대가 지나는 동안, 교통 환경은 크게 바뀌었다. 30년 전 거리의 교통수단은 대부분 버스였다. 당시 대학 졸업자들은 버스 정거장에 나가 줄 서서 기다리면 끊임없이 기업이라는 버스가 와서 이들을 태우고 갔다. 학생들은 행선지에 따라 공기업, 대기업, 금융기관이라는 버스를 골라 탔다. 버스는 정거장마다 서며 천천히 갔지만 그러다 보면 승진도 하고 정년도 맞게 되었다. 요즘 교통체계는 택시, 자가용, 오토바이에서 지하철, 비행기까지 매우 다양해졌다. 반면 버스는 듬성듬성 올 뿐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대학 졸업자들은 여전히 버스 정류장에 길게 줄 서서 잘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세상은 변했다. 청년취업 문제를 풀려면 시대 변화의 흐름을 타야 한다. 글로벌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지면서, 세계 어느 나라도 갓 졸업한 청년들의 실업 문제에 고심하지 않는 나라는 없다. 그러나 눈에 띄게 선전하는 나라들이 있다. 우리 청년 실업률이 15%대에 육박하고 있을 때 일본 독일은 4~5%대에 머물고, 영국 미국도 8~10%대의 좋은 성적을 보인다. 게다가 OECD 선진국의 3분의 2 이상이 매년 청년실업자 수가 줄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3년째 계속 증가하고 있다.

올해 4월, 일본 문부성은 신규졸업자 취업률이 97.3%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거의 모든 학생이 졸업과 동시에 직장을 찾았다는 이야기다. 얼마 전까지 일본도 심각한 청년실업문제를 겪었다. 1990대부터 '잃어버린 20년'이란 장기불황을 거치면서 일본의 청년들은 고용 절벽, 고용 빙하기를 맛보았다. 청년실업률은 두 자릿수로 치솟았고 '프리타', '니트족'이라 불리는 무기력한 청년백수가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일본도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정규직 외에 파견제 계약직 등의 비정규직, 그리고 창업과 자영업, 해외취업 등 다양화된 고용형태에 주목하게 되었다. 정부가 기업과 함께 여러 취업 형태 간 공정한 대우를 받도록 힘을 모았다. 학교는 청소년기부터 여러 직업군의 특성과 비전, 필요한 근로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학교가 지역 기업들과의 연대를 강화하여 직장이 원하는 자질과 능력을 갖추도록 학생들을 준비시켰다. 그러자 지역 기업에의 취업이 활발해졌다. 한편 조직에 얽매이기를 싫어하는 학생들은 계약직이나 자영업으로 진출했다. 농업 분야에도 매년 1만 명 이상 신규졸업자가 농업법인과 협력을 통해 진출하고 자영업 진출자들은 지방 상권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독일은 '듀얼 시스템'이라 불리는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직업교육이 큰 힘이 되었다. 학생들은 고교 재학 중 절반은 직장에서, 절반은 학교에서 교육을 받는다. 지역의 기업에서 수당을 받아가며 직업기술을 연마한 학생 대부분은 교육비를 지원한 회사에 취업한다. 취업이 안 되더라도 직업교육 수료증을 받아 다른 회사로 취직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독일 정부와 기업 역시 고용 안정성과 지방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정규직과 계약직 간의 차별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파견직도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들고 지방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임금수준도 대기업의 85~90%까지 끌어올렸다. 또 고용안정을 위해 경기가 좋을 때 저축해 둔 초과근무 시간을 불경기 때 사용해 해고를 막는 '근로시간 계좌제'도 도입했다.

한편 영국, 미국은 창업에 눈을 돌렸다. 미국은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스타트업이 일자리 창출의 엔진이다"라는 슬로건 아래 2011년 오바마 대통령이 '스타트업 아메리카 이니셔티브'를 제창했다. 그러자 기업의 리더들은 '스타트업 이니셔티브 파트너십'으로 화답했고 국회도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관련 법령을 화끈하게 제정하여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새로운 환경을 조성해 주었다. 대학들도 정규 교과목에 기업가정신과 창업교육을 포함했고 점차 고등학교까지 그 범위를 확산하고 있다. 한편 2011년 창업교육을 국가 어젠다로 설정한 영국은 기업가정신을 모든 국민이 가져야 할 기초소양으로 설정하고 정규 교육과정에서 기업가정신 교육을 포함했다. 또한 영국은 '영 엔터프라이즈'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일찍이 초등학교 단계부터 창업에 대한 기본소양을 기르는 교육을 하고 있다.

고령화와 생산가능인구가 줄면서 이제 청년은 희소자원이 되었다. 학교에서 지역기업과 소통하여 기업과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고, 여러 직업군 간 불공정한 처우를 개선함으로써 대기업 정규직 외에 다양한 취업선택이 가능해질 때 청년취업난은 진정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이다.

한국IR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