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외국어 능력이나 자격증 확보 등 이른바 '스펙' 대신 순수하게 지원자의 직무 수행 능력만 따져 신입사원 110명을 뽑는다고 한다. 입사지원서에 이름 이메일 주소 연락처 등 기본적 인적 사항만 적도록 하고 해당 직무 관련 기획서, 제안서나 프레젠테이션, 과제 수행 등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는 '스펙태클 오디션'이다. '무분별한 스펙 쌓기에 태클을 건다'와 '화려한 볼거리'라는 중의적인 뜻을 담은 조어가 상징하는 만큼 좋은 성과를 거둘지 관심이 쏠린다.

취업준비생들이 스펙 쌓기 경쟁에 내몰려 과도한 비용을 치르는 것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오죽했으면 스펙은 곧 돈이라는 소리가 나왔겠는가. 영어는 기본에 제2 외국어까지 갖추고, 각종 자격증을 따려면 이런저런 학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해외 연수, 자기소개서 작성이나 면접 준비를 위한 취업 사교육까지 더해진다. 스펙 비용을 부담하느라 빈곤에 빠진 스튜던트 푸어를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스펙 경쟁은 그만큼 취업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다. 지난 9월 청년실업률은 9.4%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포인트 올랐다. 9월 기준으로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최고치다. 구조조정과 수출 부진 등 악재가 겹치면서 빚어진 현상으로 풀이된다. 고용 빙하기의 서막이라며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쏟아지는 취업준비생들에게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니 스펙 쌓기도 그만큼 치열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다행히 스펙에서 벗어나 직무 능력을 우선하는 채용 방식을 도입하는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늘고 있다. 롯데의 스펙태클 오디션은 그런 흐름을 이끄는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스펙을 취업의 전제조건으로 삼는 분위기는 여전하다. 취업시장이 위축될수록 스펙의 유혹은 더 커진다. 기업은 전향적으로 채용 기준을 바꾸고, 그 신호를 취업준비생들에게 잘 전달해야 한다. 그것이 스펙 경쟁의 사회·경제적 부담을 덜고 기업이 제대로 인재를 뽑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