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는 시리아와 910㎞의 국경을 접하고 있다. 국경 바로 인근의 시리아 알레포 지역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폭격이 이뤄져 수십 명의 사상자가 생기고 수백 명이 고향을 떠난다. 지난 7월 15일 터키 내 쿠데타 시도 당시 굉음의 전투기 그리고 연이은 폭발음을 겪으면서 몸서리치고 그 폭격현장을 방문하면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되겠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불과 수시간의 경험도 그러할진대, 매일 그리고 5년 이상 전쟁을 겪고 있는 시리아인들은 하루하루가 지옥 같을 것이다.
시리아에서 태어난 것이 원죄이고 숙명인가 하고 자문해 본다. 지난해 9월 시리아를 떠나 유럽으로 향하다가 터키 서부 해안에서 익사체로 발견된 3살의 아일란, 올해 8월 알레포에서 포탄 잔재를 뒤집어쓴 채 구조된 5살의 옴란. 이들 시리아 어린이는 어디에 머물러야 하며 어디로 가야 하나? 이것이 남의 일과 같지 않은 것은 지난 1월부터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연이어 하고 있는 북한 때문이다. 국토 전역이 전쟁터로 되어 인구의 절반이 난민이 되고 그 국민들은 다른 나라의 길거리에서 헤매고 있음에도 시리아 아사드 대통령은 권력만을 지키고자 혈안이다. 김정은 정권 역시 국민들의 삶은 내버려둔 채 핵개발 등을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자신의 권력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이에 북한 이탈민이 점차 늘고 있으며, 이들이 중국과 동남아에서 헤매다가 한국에 오기까지 겪는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중동 내전을 둘러싼 여러 국가의 행태도 우리에게 엄중한 메시지를 준다. 이슬람 극단세력(ISIL)은 2013년 시리아 라카를 점령하고부터 그 세력이 점증하더니 2014년 6월에는 이라크 2대 도시인 모술을 점령해 비인도적 행위를 자행해왔다. 당연히 주변 국가과 강대국들은 ISIL에 대한 강한 조치를 취할 것 같지만, 자국 이익을 우선시하다 보니 대응전략의 통일을 보지 못할뿐더러 오히려 서로 싸우는 형국이다. 러시아는 아사드 정권을 지키기 위해, 미국은 아사드 정권 퇴출을 위해 서로 반대하는 단체를 지원하고 있다. 터키는 아사드 정권에 반대하면서도 우선 시리아 내 쿠르드족의 부상을 우려해 미국과 입장이 다르고, 유럽은 당장 전쟁으로 생기는 난민이 더 문제가 되고 있다.
중동 문제가 한반도에 시사하는 바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국제적으로 뜨거운 감자인 난민 문제로부터 북한 이탈주민 상황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점이다. 2005년 이후 승승장구하며 내년 총선에서도 무난히 당선될 것으로 예상되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난민 문제로 큰 암초를 만난 것이나, 난민정책에 반대하는 국민 여론으로 인해 전후 굳건했던 유럽의 양당 정치체제가 무너지고 있을 정도로 난민 문제는 심각하다. 레바논의 경우 590만 명의 인구에 100만여 난민이 밀려들어, 그동안 기독교도와 회교도 간의 균형이 회교도의 급속한 우세로 되어 정치적 역학관계가 급변하고 있다. 요르단은 760만 명의 인구에 67만여 난민이 유입돼 곳곳에서 심각한 문제가 생기고 있다. 난민으로 인한 사회적 구조 변화는 향후 우리가 북한 이탈주민들을 수용함에 있어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데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둘째,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는 우리 국민의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국가들과의 공조가 필연적이다. 다만 시리아에서 보다시피 인권과 생존권 등의 문제가 제기되어 주요 국가들이 관여하더라도 자국의 이해 측면을 우선시한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미국과 안보동맹을 굳건히 하고 중국을 설득해 북한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를 원하지만 이들 국가가 우리와 같은 입장이 아닐 수도 있고 설령 같은 입장이라도 그동안 상황을 악화시켜 온 김정은이 다른 국가의 권고를 수용할 정도로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변국과의 공조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북한 핵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충분한 인식과 함께 우리 스스로 안보를 지키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라크 모술에 수천 명의 이라크 병사와 첨단무기가 있었지만 이를 지킬 의지가 없었기에 수백 명의 ISIL 대원들에 의해 맥없이 무너졌던 것이 불과 2년 전 일이다. 아사드와 김정은 정권은 권력을 결코 내려놓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자국민을 포함해 주변국에게 위협으로 계속 남을 것이다. 주변국과의 공조, 안보에 대한 확실한 인식, 북한 이탈주민에 대한 효과적인 지원 그리고 사회변화에 대한 탄력성 있는 대응이 있어야 평화를 확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시리아 내전은 우리에게 주고 있다.
주터키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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