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서병수 부산시장이 순방 성과에 관한 이야기도 나눌 겸 시청 기자실에 지난 4일 들렀다. 하지만 경주 지진 이후 국민적 관심사로 부상한 신고리5·6호기 건설 문제에 대해서는 "검토하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

지난달 12일 경북 경주에서 5.8 규모의 강진이 발생한 후 19일에도 4.5 규모의 여진이 이어지면서 시민들의 뇌리를 스친 첫 번째 생각은 '원전은 안전한가'였다. 세계 최대의 원전 밀집지역인 부산과 울산 등 동남권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대지진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선 것으로 확인되면서 더는 원전 건설은 안 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현재 부산 기장군에는 고리1·2·3·4호기와 신고리1·2호기가 가동되고 있다. 울산 울주군에 건설된 신고리3호기는 상업운전을 앞두고 있으며, 4호기는 완공 단계로 내년부터 운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여기에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최근 울주군에 신고리5·6호기 건설을 승인했다. 전국 원전 24기(건설 계획 포함) 가운데 10기가 부산과 울산에 밀집된다.

정부는 애초 원전이 지진에 안전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원전과 인접한 양산단층과 일광단층이 지진을 유발하는 활성 단층이라는 연구 결과를 정부가 묵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원전 안전성에 관한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서 시장이 신고리5·6호기 건설에 관한 명확한 반대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 원전 인근 지역 전기료 감면 같은 소극적인 대응을 논의할 단계를 넘어섰다. 시 내부에서도 폭염이 극에 달했던 지난 여름 전력 대란이 발생하지 않았던 점을 들어 신고리5·6호기 건설에 관한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잇단 지진에도 시는 신고리5·6호기 건설에 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원안위가 신고리5·6호기 건설을 승인했을 당시에도 건설 지역이 울산 울주군이라는 이유로 시는 어정쩡한 입장을 표명하는 데 그쳤다.

기장군에서 가동 중인 6기의 원전은 물론 울주군에 건설된 신고리3·4호기와 앞으로 건설될 신고리5·6호기에 대해서도 부산시민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다. 울주군에 건설된다고 해서 더는 남의 일이 아니다. 시민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다. 이제 서 시장은 지난해 고리1호기 폐로 결정을 끌어낸 것처럼 신고리5·6호기 건설에 대해 중대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시민들은 정치인 서병수가 아닌 '부산시장 서병수'의 목소리를 기대하고 있다.

사회1부 yjk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