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가 안 돼도 이렇게까지 안 될 수 있습니까. 최악입니다."

콜레라 사태가 종식됐음에도 그 여파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경남 거제지역 횟집과 수산물시장은 아직 '개점휴업' 중인 곳이 많다. 상당수 가게는 아예 문을 열지 않고 있다. 찾는 사람이 없으니 활어를 수족관에 보관할 수 없는 형편이다. 전통시장에서도 거래가 거의 없다 보니 조업에 나서지 않는 어선도 많다. 관광객의 발길 역시 뚝 끊기면서 주요 관광지의 매출이 크게 줄어들었다.

거제와 인근 통영지역 주민들은 콜레라 발생 이후 보건당국의 어정쩡한 발표가 화를 키웠다며 분노했다. 전염성과 거리가 먼 단순 질병인데도 마치 중병인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바람에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보건당국은 콜레라 감염 경로조차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다. 이러는 사이 남해안 지역 경제는 깊은 수렁에 빠져들었다.

거제지역 바닷물에서 콜레라균이 일부 검출됐다는 발표가 나오자 지역 주민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지역 상인들은 "감염 경로를 밝히지 못한 짜맞추기식의 면피용 발표"라고 반발하며 질병관리본부를 찾아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거제시는 공동으로 해수 감염 여부를 조사하자고 요구했다. 결국, 공동 조사 결과 거제지역 해수에서 콜레라균은 검출되지 않았다. 보건당국은 아직 감염 경로나 발생 원인 등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자연스레 잊히길 바라며 시간 끌기만 하고 있다는 느낌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콜레라 상황 종료 선언도 보건당국이 아닌 거제시가 했다.

지역 주민들은 "보건당국이 콜레라 사태 수습을 위해 한 게 아무것도 없다. 있다면 짜맞추기식 발표로 지역 상권만 거덜 냈을 뿐"이라고 분노하고 있다. 조선 불황에다 이번 콜레라 사태까지 겹쳐 거제지역 상권은 붕괴 직전이다.

거제는 청정 바다로 불리는 도시 이미지와 위상에도 커다란 상처를 받았다. 한 시민은 "공동조사 결과 거제 해수에서 콜레라균이 발견되지 않았는데도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나쁜 것만 기억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민생도 파탄 지경이다. 오죽하면 지역민 사이에서 "조선업 죽이기에 이어 콜레라 사태로 정부가 거제 죽이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돌고 있을 정도다.

인접한 통영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콜레라가 발생한 지난달부터 주말 도심이 썰렁할 정도로 관광객이 눈에 띄게 확 줄어들었다. 유명 횟집마다 예약 손님으로 넘쳐나던 예전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지역 내에서는 "보건 당국의 어설픈 말 한마디가 남해안 지역 경제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정부가 조그마한 소도시 2, 3개 죽이는 것은 문제도 아니다"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거제시는 위축된 지역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전 직원이 해산물 음식점을 찾아 식사하는 '런치투어'에 나서고 있다. 관광객 급감을 피부로 접한 통영시는 최대 관광자원인 섬을 대상으로 다음 달 '전 국민 섬 팸투어'에 나서는 등 분위기 반전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보건당국은 아무런 말이 없다.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으니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민이 떠안을 뿐이다. 그래서 지역민들은 외치고 있다. 콜레라도 종식된 만큼 이제는 남해안을 예전처럼 찾아달라고. 가을 전어가 정말 고소하다고.

사회2부 차장 phcnew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