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으로 이전한 금융 공공기관 임원 대부분이 실제로 주민등록을 옮기지 않고 있다고 한다. 국토균형발전이라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 취지와 각 기관의 부산화를 위해 부산시나 정부가 기울인 그동안의 노력을 생각하면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차하면 몸만 빠져나갈 수 있다는 오해를 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래서야 가족과 함께 부산으로 온 직원들에게 제대로 영이 설 수 있을까. '무늬만 부산화'라는 지적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예탁결제원 기술보증기금 등 4개 기관 주요 임원 이주율은 3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이 조사 대상 25명을 분석했더니 부산으로 주민등록을 옮긴 이가 8명에 그친 것이다. 기술보증기금은 창사 때부터 부산에 본사를 뒀으며 나머지 3개는 이전한 기관이다. 예탁결제원은 조사 대상 3명 가운데 부산으로 주민등록을 옮긴 이가 전무했다. 주택금융공사가 7명 중 4명으로 그나마 사정이 나았다.

이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금융 공공기관의 부산화'가 일방적인 짝사랑이었나 싶은 생각마저 들게 한다. 이들 4개 기관 최고경영자 가운데 주민등록을 옮기고 이주한 이는 단 한 명뿐이다. 게다가 주민등록을 옮긴 임원 8명 가운데 취임 전부터 부산에 거주한 3명을 제외하면 실제 부산으로 이주한 임원은 5명에 불과한 셈이다.

이는 부산국제금융센터(BIFC)를 중심으로 '금융특화도시'를 꿈꾸는 부산으로서는 달갑잖은 일이다. 부산 발전의 지렛대 역할을 위해 이전 공공기관의 빠른 현지화와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금융 공공기관의 특성상 서울에서 이뤄지는 임원들의 업무가 많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지난해 말 현재 38.6%인 부산 이전 공공기관 직원의 가족 동반 이주율과 비교해도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의 바람직한 처신은 아닌 듯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금융 공공기관 임원으로서 부산 발전에 힘을 보태고자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