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를 앞두고 교육부가 연일 언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필시 국감장에서도 국회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도마에 자주 오르내리는 이유는 뭘까. 우선, 교육부는 매년 우리나라 예산의 약 14%인 50조여 원을 쓰는 '거대 부처'이다. 막대한 규모의 국가재정을 사용하는 셈이다. 그런데도 교육적 성과나 질은 국민적 눈높이와 만족도에 미치지 못해 비난을 사는 것 같다. 국민들은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그간의 우리 교육이 이 시대 국가경쟁력을 제고할 핵심 요소인 창의력 발현에는 약점을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특히 대학 졸업 후 취업을 못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는 점에서는 국민 감정이 불신을 넘어 분노로 바뀌는 지경이다.
그러다 보니 교육부가 시행하는 여러 국책사업 가운데 대학들에 대한 재정지원 부문에 주목하게 되고, 이 사업들이 그 취지나 목적에 맞게 잘 운영되는지에 대해 의문의 시선을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부 입장에서 보면, 어려운 점도 많을 것이다. 교육 본연의 역할인 수학능력 향상과 지덕체(智德體) 함양의 전인(全人)교육을 달성해야 하고 직업교육에서도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 하니 말이다. 대학입시 정책이 모든 학생의 다양성을 담아낼 수 없듯이 모든 대학의 특수성을 아우르는 만능 정책을 만들어 내는 것도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인지 모른다.
최근 '평생단과대학'을 둘러싼 논란만 해도 그렇다. 산업체 근무경력자들에게 공평한 교육의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었는데, 기존 학생들이 그토록 반발하고 나설지 어떻게 알 수 있었겠는가. 또 특성화 대학(CK사업) 선정을 위해 밤을 새워 만든 평가기준이 신청 사업단 중 88%나 과락을 면치 못해 무산될 사업을 할 수 없이 가점을 줘서 실현했는데, 혈세 낭비라고 몰아붙이는 건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필자가 대학 경영에 참여한 지 올해로 9년이 됐다. 그간 교육부를 방문할 때마다 느낀 것은 공무원들이 정말 열심히 일한다는 점이다. 야근은 일상이고 토·일요일에도 회의나 밀린 업무를 하기 위해 자기 시간을 희생하는 간부를 여럿 봐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로부터 칭찬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 첫째 요인은 전문성 부족이라고 생각한다. 장관이나 차관은 말할 것도 없고, 국·과장 아니 실무담당자까지도 한 자리에서 2년 이상 근무하는 경우를 쉽게 보지 못했다. 이는 교육부만의 문제가 아닌 전체 행정부처의 공통적인 사안이긴 하지만,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는 교육부만큼은 그 분야의 전문성을 보장해줘야 일관성 있는 정책이 이뤄진다고 본다. 두 번째는 교육 패러다임과 대학교육정책의 변화에 대한 인식 부족이다. 기존의 수업연한으로 대학을 구분하는 '전문대학은 2년제, 종합대학은 4년제'라는 틀을 과감히 바꾸어야 한다. 이제는 대학을 '연구중심 대학'과 '직업교육 대학'으로 나누고, 그 목적에 맞도록 대학을 지원해 국가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인재를 분야별로 집중 육성해야 한다. 독일 호주 등의 직업교육 선진국들은 물론이고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도 우리나라와 같은 체제는 없는 것 같다. 정부는 학벌중심에서 능력중심 사회로 교육정책을 이행하겠다고 이미 선언한 바 있다.
필자는 전문성 부족과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대학별로 관할 부처를 조정할 것을 정부 당국에 건의한다. 연구중심 대학은 현행대로 교육인적자원부에서 관장해 연구와 학문적 성과에 집중하고, 직업교육 대학은 영국의 경우처럼 고용과 직업교육 전문부처인 고용노동부에서 관장하는 것이 청년실업 문제 해결에도 효과적이고 국가 예산도 효율적인 집행이 가능할 것이다.
연구를 통해 세계적인 논문과 학업적 성과를 내야 할 대학을 취업률 잣대로만 재단해 부실 대학으로 낙인 찍거나, 기초학문은 취업난을 이유로 폐과해 학문의 단절을 유도하고, 정체불명의 이공계-인문학 융합(?)학과를 만들어 학문의 정체성에 혼돈을 줘서야 되겠는가. 그와는 반대로 산업현장에서 즉시 사용 가능한 직무를 가르쳐야 할 대학들이 전임교원 확보율 탓에 교수 늘리기에 급급해서야 되겠는가. 실제로 많은 대학이 학생 수는 급감했는데도 국가 재정지원 사업을 따내기 위해 평가항목에 포함된 교원 확보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흔히 국가의 미래는 그 나라 교육정책의 성공 여부에 달려있다고 한다. 이제 우리나라의 미래와 후세를 위해 대학 교육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할 때다.
동원과학기술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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