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지진으로 인해 대한민국이 흔들렸고 시민들은 불안감에 휩싸였으며 시간이 갈수록 더해졌다. 이에 국제신문은 시민들의 반응, 정부의 대처, 향후 일어날 문제점 등 이번 지진 사태와 관련한 내용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그런데 기사의 좋고 나쁨이 아니라 정부와 관련된 내용에 신뢰가 가지 않았다. 아마 많은 독자가 비슷했을 것이다. 특히 지난 21일 자 '양산단층은 활성단층, 정부 5년 전 이미 알았다'는 기사를 보면서 정부가 5년 전에 이를 알고도 지금까지 방치했다는 것에 화가 났다.

이와 함께 정부가 5년 전에 알고 있었다는 말도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1992년부터 국제신문에 실린 부산 인근 지역의 지진과 양산단층에 대한 기사를 검색하면서 더 큰 화가 치밀었다. 정부가 말한 '5년 전'이 거짓으로 보였다. 국제신문의 과거 기사를 근거로 할 때, 어쩌면 약 20년 전에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이라는 것을 정부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를 하나씩 짚어보면 국제신문의 1993년 12월 24일 자 기사에 '경주시 북서쪽에서 3.1 지진'이 실렸다. 1994년 2월 26일에는 거창 2.5 지진과 관련한 '양산단층대를 벗어난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하는 것은'이란 내용의 전문가 의견을 통해 양산단층이 등장한다. 그리고 1994년에 10차례 넘게 발생한 지진에 대한 기사가 있은 후 그해 5월 9일 자 '울산에도 지진 발생…원전 건설 신중해야'라는 기사내용에 '지난해 가을 일본의 동아시아 지진학 합동대회에서 양산단층은 활성단층이라는 발표가 있었다'는 내용이 보도되었다.

이어 1994년 9월 22일 자에 '경북 의성군 의성읍 3.2 지진', 1995년 5월 1일 자에 '대구 진도 2 지진'이 보도됐다. 1995년 6월 27일 자 국제신문에는 '양산단층 지진안전지대인가 연구착수'라는 기사에 '한국자원연구소는 26일 지진연구팀의 전명순 박사를 중심으로 박창업 서울대(지진학) 교수 등 국내 전문가 10명과 미국 일본 그리스 뉴질랜드 등 해외 활성단층전문가 4명으로 구성된 연구팀이 이달부터 3년간의 양산단층 조사활동에 나섰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또 이 기사는 '양산단층이 활단층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은 역사 지진(역사적 문헌의 기록) 자료를 바탕으로 할 때 경주에서 진도 8 이상의 지진이 10회 이상 발생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양산단층에 관련된 기존 자료 수집·분석 ▷단층 주변에 발달한 주요 구조 조사 ▷활성단층의 존재 여부 확인 ▷조사 대상지층의 시대 해석 ▷지형 변이 측정 ▷원전에 미치는 지진 재해의 확률론적 평가 등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게 된다' 등이 이 기사에 실렸다.

그리고 1997년 7월 4일 자 국제신문에는 '비활성 논란 양산단층대 지진 비상…작년 55회 발생' 기사가 지면에 나왔다. 그해 7월 7일에는 '최근 고리·월성 원전일대 지역이 활성단층대에 속한다는 한국자원연구소의 발표와 원전 건설을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정부의 방침'이라는 기사가 게재됐다. 특히 같은 날 국제신문을 보면, '정부는 7일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고건 총리 주재로 원자력안전기술협회 및 한전 관계자 등 민관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진과 원전 안전대책회의를 열어 종합대책을 마련했다'는 내용이 보도되었다.

여기까지 국제신문의 과거 기사내용을 볼 때, 정부는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1997년 7월 이후 원전 안전과 건설, 경부고속철 금정·천성산 터널 건설과 지진에 따른 터널의 안전 문제 등을 포함해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으로 위험하다는 내용이 올해 7월 6일까지 60회 넘도록 실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사에 담긴 정부 당국과 관계자의 말에는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이 아니라는 내용이 없었다.

결국 '양산단층은 활성단층, 정부 5년 전 이미 알았다'는 기사는 시민들이 매우 공감할 수 있고 좋은 기사였지만, 일부 내용이 틀렸을 수 있다. 과거의 기록들을 면밀히 살펴본 후 보도했더다면 더욱 좋은 기사가 되었을 것이다. 급하게 일어난 일이고 신속성과 언론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함께 있는 국제신문이 되길 바라며 지진으로 인한 지역 주민들의 공포심과 걱정을 줄여주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를 당부한다. 또 지진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장애인, 노인, 임산부와 같이 이동 약자층에 대한 내용도 충분히 담기기를 기대해 본다.

사회복지연대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