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할 때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하면 늘 '감사합니다'라는 생각을 한다. 운전은 나의 조심만으로 사고가 예방되지 않기 때문이다. 주변 운전자들의 많은 선택이 틀리지 않았을 때 사고가 생기지 않는다. 우리의 인생도 이와 비슷한 것 같다. 스스로의 노력 외 인생에 개입되는 운(運)적인 요소가 많다. 다만 우리가 느끼지 못할 뿐이다.각 분야에서 성공한 분들을 보면, 본인의 능력으로 많은 난관을 뚫고 여기까지 왔다는 자신감이 얼굴에 가득하다. 스스로에 대한 긍정과 사회에 희망을 주는 분들은 주변을 환하게 만든다. 그런데 가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본인은 자력으로 이뤘는데,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노력이 부족해서야'라고 단정하는 경우다.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성과를 이룬 분들은 충분히 존경받을 만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인생에 대해 '뭐 그 정도로 열심히 했다고 그러느냐?' '그것도 힘든 일이라고?'와 같은 태도로 대하면 안 된다.

성공 과정에는 노력 외에 수많은 요소가 개입한다. 태어난 국가, 시대, 가정환경, 건강 등 수없이 많다. 만약 경제가 아주 취약한 나라에서 태어났거나,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에서 성장한 경우라면 개인의 능력이 출중해도 그것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큰 병이나 사고 없이 건강한 것, 가족·사회 환경이 안정된 것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갖춰야 노력한 만큼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당연히 주어진 것으로 착각하기 쉬운 이런 조건들에 감사의 마음을 갖지 않고 본인 노력이 성공의 유일한 조건이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 마음을 경계하고 나도 모르게 받은 혜택들을 '운이 좋았다'는 겸손함으로 간직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마쓰시다 전기의 창업자이자 '현대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는 마쓰시다 고노스케 씨는 신입사원 면접 때 꼭 하는 질문이 있었다. "당신의 인생은 지금까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까?" 이에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 지원자도 많았다. 그런데 운이 없었다고 생각하는 지원자들의 다수가 도쿄대, 와세다대, 게이오대, 교토대 등 일본의 최고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었다. 고노스케 씨는 '운이 좋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모든 지원자를 채용하지 않았다. 반대로 '운이 좋았다'고 대답한 지원자는 전원 채용했다.

그는 '운이 좋았다'고 말하는 지원자들의 내면에 있는 무언가를 보려 했던 것이다. 그것은 '감사의 힘'이다. '나는 운이 좋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이룬 것들에 깊이 감사하고 있었다. "내 힘만으로 된 것이 아니다." "내가 인지하지 못하지만 나에게 많은 도움이 있었기에 현재의 내가 있다." 이런 인식을 고노스케 씨는 운이라는 질문으로 테스트한 셈이다. 그의 안목과 혜안이 감탄스럽다.

그는 도쿄대나 와세다대처럼 명문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인성이 올바르면 반드시 인재로 성장한다는 확신이 있었다. 실제로 이렇게 채용한 사람들이 과장이 될 무렵, 그들의 기획안들이 대히트를 쳐서 마쓰시다의 최고 황금기를 이뤘다고 한다. 책이나 언론 등 여러 곳에서 성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노력유일론'을 펴지만 성공으로 가는 길에는 노력이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일 뿐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 부분도 많이 개입한다. 이를 간과하지 않고 성공을 이룬 소수의 사람이 '내가 뛰어나서'라는 생각보다 '내가 운이 좋아서'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면 지금 우리 사회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지 않을까. 개인의 성공은 한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라 사회와 시대가 준 행운의 선물이라는 생각이 널리 공유된다면 지금보다 조금은 더 따뜻한 사회가 될 것 같다.

언론에서 큰 성공을 이룬 사람에 대해 비결을 묻는 인터뷰를 종종 본다. 누군가가 "그저 운이 좋았을 따름이다"고 답한다면 그를 꼭 기억하자. 그는 평범한 척하는 진짜 '고수'일지 모른다.

공감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