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때 만난 친척들의 행동이 드문드문 낯이 익었는데, 평소 내 모습의 판박이였다. 격조하면서 각자 개성을 발휘하며 살지만, 그게 또 다른 나의 분신이라 생각하니 '행동거지를 조심하고 집안에 먹칠하지 말라'던 어른들의 말씀이 이해가 됐다. 혈육이 비슷한 습성을 가지듯, 세상 만물은 돌고 돌아 영향을 미친다.

이런 인연(因緣)에 대해 연휴 전에도 생각한 적이 있다. 최근 '조업 대란'의 주범으로 몰린 남해 배타적경제수역(EEZ) 골재 채취가 중단되자 건설 쪽에서 '골재 파동'이 일어났다. '어민 설득이 안 되면 골재 채취 연장에 동의할 수 없다'던 해양수산부가 '어떻게든 사태를 풀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지난 12일 해수부와 국토교통부는 공정성 논란이 제기돼온 한국수자원공사의 골재 채취 피해 조사 결과를 검증한다는 조건으로 올해 말까지 남해 EEZ에서 모래 340만 ㎥ 임시 채취를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대형선망 어민은 졸속 합의라며 난리다. 올해 선망업계의 겨우내 고등어 조업이 죽을 쑨 데다 손실을 보전해주던 7, 8월 일본 수출용 전갱이 역시 씨가 마른 터였다. 이 모두가 생선의 주 산란장에서 오랫동안 건설용 골재를 팠기 때문이라는 게 어민 주장이다. 선망 측은 EEZ 골재 채취 해역에서 수중 촬영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정부에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고 한다. 해결을 위해서는 조업 피해를 최소화할 채취 해역을 찾는 쪽으로 어민과 합의하는 게 필요하다. 선망 어업인은 지역별 수협 소속이 아니므로 대화 상대가 아니라는 국토부의 고자세도 답은 아니다. 이른 시일 내에 대체골재도 개발해야 한다. 언제까지 수산 자원에 피해를 주며 바닷골재를 쓸 수는 없다. 사실 이번 일의 끝자락에는 연근해어업을 경시하는 시각이 있다. 원양어업이 1960년대 이후 산업의 한 부분으로 인정돼온 것과 달리 연근해 어업은 중소 어민의 소득 수단으로 치부돼왔다. 골재 파동을 두고도 일부 어민의 이기심에 건설 산업이 흔들렸다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사태의 본질은 폐업 위기에 놓인 국내 1차 식량 산업의 몸부림으로 보는 게 맞다.

어업인들도 일개 사업자에서 나아가 산업의 한 축으로 대접받을 만큼 품위를 지키며 사회적 기여를 했는지 되물을 일이다. 최근 국내 최대 연근해 위판 시장인 부산공동어시장의 전무 인선 과정에서 몇몇 수협 조합장이 어시장 사장 고유의 인사권을 침해한 일은 수산업계의 망신이다. 어시장에 정부 자금 1000여억 원이 지원될 거라고 한다. 수산업이 어엿한 국내 산업의 한 축으로 인정받고 싶다면 종사자들 스스로 성숙한 태도를 보일 때다. 계속된 '망신살'이 돌고 돌아 언젠가 수산업계를 죽이는 '화살'이 될 수도 있다.

해양수산부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