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 문화를 유네스코의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올리기 위한 활동이 한국과 일본에서 한창이다. 이런 가운데 동의대 한일해녀연구소는 부산시와 공동으로 '해녀 문화체험 교육사업'을 기장군 문동마을에서 해녀 문화의 체험과 교육을 목적으로 지난 6월부터 4개월의 일정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 5일부터 7월 23일까지 8주간 매주 토요일 1기생 21명을 교육해 수료시키며 느낀 소감은 이렇다.
사업 초창기에는 부산에서 처음으로 실시하는 해녀 문화체험 교육이라 잘 진행될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면서 교육생의 신청을 받았다. 그런데 신청을 받고 보니 뜻밖에 해녀·해남에 관심을 두고 열정을 보이는 분이 많았다. 1기 교육생들은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았고, 현재 진행 중인 2기 교육생은 2.5배의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신청자가 많아 면접을 통해 선정했다. 안타깝게도 2기 교육생으로 선정되지 못한 분들에게는 다음 기회를 기다려 달라고 양해를 구할 수밖에 없었다.
1기 교육은 23명(여성 10명, 남성 13명)을 대상으로 시작됐고, 마지막 수업까지 마쳐 전체 교육을 수료한 교육생은 최종 21명(여성 9명, 남성 12명)이었다. 1기 학생 중에는 부산보다 앞서서 해녀 교육 과정이 신설된 제주도에서 교육을 받으려다가 우리 프로그램을 찾은 이들도 꽤 있었다. 또 해녀 문화 교육을 받고 싶다고 영도에서 기장까지 교육을 받으러 오는 대학생 딸과 어머니, 아침마다 부산 바다에 들어가 청소를 한 뒤 그 속 생태계 상황을 생중계해 주는 해남 지망생도 인상 깊었다.
물론 시작 단계인 만큼 교육과정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았다. "해녀 교육인데 남자도 신청할 수 있나요?"라며 문의를 하는 전화도 연구소로 꽤 왔다. 초창기 교육을 도우신 일부 해녀는 해남 지망생을 스킨스쿠버로 생각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교육 일정을 마치고 보니 "해남이 진국이네"라는 평판이 교육장을 지배했다. 바다 수영도 잘하고, 해녀 장비 등 무거운 물건들도 마다치 않고 도맡아 운반하는 등 교육생 중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이번 1기 수업은 문동마을 이장인 김기현 씨가 마을과 해녀, 교육생 간에 징검다리 역할을 해줘 교육에 많은 도움이 됐다.
이번 수업 과정에서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실외 물질체험 수업은 체험 당일의 날씨와 바닷속 환경에 영향받는 부분이 커서 진행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마을 어장 안에 교육생이 들어가는 것을 일부 해녀가 꺼려서 물질 체험은 별도로 마련된 체험장에서 진행됐다. 2기 물질 체험 교육은 1기 교육 때와 달리 마을 외곽에 위치한 연안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덕분에 2기 학생들은 1기 교육 때보다 더 열린 바다에서 체험 수업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체험 당일 파도 높이 등 교육 환경에 대해 걱정이 앞선다.
이외에도 8주라는 짧은 교육 기간과 적은 바다 체험 수업 기회, 올해 해녀 문화체험의 정례화 등 많은 숙제가 남아 있다. 내년 사업 때는 교육 기간을 늘리고 물질체험 수업의 비중도 더 높이는 쪽으로 프로그램을 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사실 이번 해녀 문화체험 교육은 해녀 문화를 시민에게 보급하자는 취지로 개설된 성격이 짙다. 하지만 1기 참가자 중에는 해녀 문화를 이해하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 해녀 일을 배워서 직업으로 삼고 싶어 하는 이들이 상당수 있었다. 앞으로 교육사업을 지속해서 발전시켜 학생들의 수준과 요구에 맞게 단계별 수업을 진행하는 등 장기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올해는 각 지자체가 수십 년 만에 중단했던 신규 나잠어업 신고 접수를 재개하는 해이기도 하다. 이런 변화를 계기로 교육 수료생 중 나잠어업인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 젊은 해녀·해남 지망생이 꽤 있었다.
사실 이들이 실제 해녀·해남이 되기 위해 넘어야 할 각종 제한 규정의 산이 만만치 않다. 현실은 우리를 우울하게 하지만, 희망 사항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신념으로 해녀 '문화체험' 교육이 해녀 '양성' 교육으로 거듭나는 때가 오기를 기대해 본다.
동의대 한일해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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