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미래의 변화는 단기간 빠른 속도로 진행되기에 환경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방향감각을 상실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변화에 재빨리 적응하지 않으면 커다란 손실이 뒤따른다는 내용이다. 현대 사회를 냉철한 시각에서 바라본 노학자의 이러한 경고는 현 시점에 제대로 맞아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

산업의 한 축으로,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기여한 조선업계가 존폐 위기에 놓인 점이 그렇다. 조선산업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으로 조(兆) 단위의 수주 대박을 터트리며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장기간 계속된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이에 따른 물동량 감소 및 해운업 침체는 조선산업에 커다란 손실을 안겨주었다. 이로 인한 기자재 업체의 연쇄부도와 대량 실업자 양산이라는 우리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를 남겨주었다.

조선산업의 위기극복을 위해 정부는 정부주도의 사업발주 및 경영안정 금융지원에 나서는 등 동분서주하고 있다. 남부발전을 비롯한 전력공기업도 조선산업 지원을 위해 발전·에너지시장의 판로를 개방하는 등 활로 마련에 열중이다.

그리고 에너지신산업은 조선산업의 발전·에너지시장 진출의 밑거름이자 위기극복의 키워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에너지신산업은 친환경 에너지와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결합하여 새로운 사업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다. 침체된 국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대·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하는 데 방점이 있다. 처음부터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사업을 융합하고 보완하여 시너지를 창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상생발전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에너지신산업을 통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조선해양업계 중소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인하고 이종 산업 간 기술 융·복합 환경을 조성한다면 창조기술 개발과 함께 산업 경쟁력 강화로 국가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리라 예상된다.

에너지신산업의 긍정적 효과는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본은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신산업 성장의 기반을 만들겠단 목표 아래 올해 4월 아시아 최초로 전력소매시장을 개방했다. 민간사업자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이종 산업 간 결합을 통해 신시장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에서 추진된 일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2011년에만 해도 53곳에 불과했던 전력사업자는 지난해 1월 483곳까지 급증하는 등 경제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인터넷, 케이블방송, 통신이나 철도 등 다른 산업과 결합된 에너지 서비스상품이 출시되어 새로운 시장을 구축하고 있다. 한 예로 일본의 전철회사인 도큐그룹은 전기와 케이블TV, 전철 정기권을 하나로 묶은 복합서비스를 만들어 기존가격 대비 1만2620엔(약 13만 원)가량 싼 가격에 내놓았다. 케이블TV사업자 쥬피터텔레콤과 IT전문기업 소프트뱅크는 자사의 케이블방송과 인터넷회선을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전기요금을 감면해주는 복합상품을 출시했다.

비단 이러한 움직임은 일본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진행되는 현상으로, 세계 각국이 에너지부문 신산업을 통해 새로운 사업모델을 적극적으로 개발·투자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신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우리나라 또한 민간기업의 참여 유도를 위해 일본과 같은 시장변화가 예상된다. 소비자의 에너지소비패턴을 분석한 에너지 수요관리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어 전체적인 에너지효율을 제고할 것이며, 재생에너지 산업이 발전할 것이다.

대규모 생산·공급·소비로 국한됐던 전력부문의 경우 경쟁력을 보유한 정보통신기술(ICT)을 토대로 양방향 정보교환 등을 통해 소비자 수요반응까지 고려한 다양한 복합서비스가 창출될 전망이다.

향후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분산형 전원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이 보급되고 지역에서 에너지를 자급자족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를 경우 에너지 관련 서비스는 더욱 다양하게 성장할 것이다.

이처럼 에너지신산업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비빔밥과 같이 '섞음의 미학'을 통해 산업 구조의 융·복합을 이끌며, 다양한 분야에서의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변화 시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개인이나 조직, 국가 또한 역량을 키워야 할 것이다.

또 변화된 에너지환경을 토대로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의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세계적인 에너지시장의 변화를 기회로 삼아 비상할 수 있는 토대를 다지기 위한 협력과 각자의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한국남부발전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