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의 회생 절차가 중단된 것은 대단히 우려스러운 일이다. 한진해운 채권단은 어제 만장일치로 추가지원 불가 결정을 내렸다. 채권단이 신규 지원을 거부함에 따라 채무 상환유예 등을 골자로 한 자율협약은 내달 4일 종료된다. 내년까지 1조 원 이상, 최악의 경우 1조7000억 원의 자금이 필요하나 한진그룹 측이 4000억 원 규모의 자구안만 내놓아 채권단이 협약 종료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자율협약 종료로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파산 가능성도 있어 여간 걱정이 아니다.

국내 1위 해운사인 한진해운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한탄스럽다.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대한민국의 해운물류망이 망가질 게 뻔한데 정부가 뒷짐지고 있는 것도 이해가 힘들다. 전 세계 120만 개 물량의 운송에 차질이 빚어지면 17조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한다. 한진해운의 물류망이 중단되면 부산항으로 들어오는 50만 개 이상의 환적화물이 사라져 부산항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부산항의 매출만 8조 원이 준다고 하니 그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조마조마하다.

해운업은 단순한 기업이 아니라 국가의 기간산업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대한민국이 물류 운송망을 잃고서야 어떻게 지속적인 발전을 기약할 수 있겠는가. 조선, 철강, 항만에 이르기까지 전후방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막대하다. 한진해운이 무너지면 조선, 철강산업이 후퇴하고 부산항의 침체로 부산경제가 타격을 입는다. 가뜩이나 경제가 살얼음 위를 걷고 있는 상황이다. 자칫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해운업이 충격을 받으면 경제 위기를 촉발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한진해운과 채권단의 협약이 무산됐으니 이제는 정부가 해결에 나서야 한다.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으로 보아 한진해운이 현대상선처럼 정상화의 길로 나아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이나 채권단에 해운업의 운명을 맡기기엔 상황이 너무 급하다. 해운 물류망은 한 번 망가지면 다시 원상회복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해운업의 붕괴로 부산경제가 치명타를 입으면 대한민국 경제가 온전하기는 힘들다. 파국을 피하려면 어떻게든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는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