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콜레라 환자가 발생했다는 것은 보건당국으로서는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그것도 경남의 특정지역에서 연달아 발생한 일이다. 콜레라는 결핵과 마찬가지로 이른바 후진국병이다. 원인이 무엇인지는 방역당국의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경제대국 한국으로서는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선 정부로서는 낯을 들기 어렵다. 원인 분석에서부터 대책 마련까지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

방역당국은 수입 수산물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수입 농수산물이 국내 소비시장을 점령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것보다는 올여름의 유례없는 폭염이 수산물의 안전성, 위생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지에 연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례적인 폭염이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는 만큼 식품 관리 및 유통 과정 전반에 대한 일제 점검이 필요하다. 더구나 폭염은 올해 일회성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내년 여름에도 콜레라 발생 보도가 나오지 않는다고 보장하기 어렵다.

비브리오 패혈증이나 콜레라균과 같은 비위생적 요인에 의해 식중독이나 콜레라와 같은 사고가 발생할수록 사고 재발을 방지하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의 하나가 지역사회의 반발이다. 해당 지역사회에서는 그런 보도가 나가게 되면 소비자들의 불안의식이 커지면서 해당 지역사회를 방문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진단이 옳은지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단기간에 지역사회를 위하자고 하는 일이 장기적으로는 지역사회를 망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콜레라 환자 발생은 개학과 동시에 전국 초·중·고교에서 집단 식중독 증세를 보이는 학생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과 맞물려 심각성을 더한다. 단순한 식중독이 아니라 콜레라와 같은 법정전염병이라면 방역당국의 대처가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도 지자체의 대응은 여름철 일회성 사고로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높다. 내년 여름에는 올해보다 더욱 심각한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