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1년 전이다.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금융전문대학원의 부산분원 설립 계획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을 접했다. 당시만 해도 반신반의했다. 관련 정보가 부풀려졌거나 잘못된 것일 수 있다는 생각마저 했다. 해당 사업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데도 정부가 '지역 특혜사업'이라는 황당한 논리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이었다.

1년이 흘렀지만 이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정부가 예산조차 반영하지 않기로 결정(본지 지난달 28일 자 14면 보도)한 탓에 상황이 더 악화됐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최근 기자와 만난 지역의 금융권 인사는 체념 섞인 말로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을 비판했다. "부산을 글로벌 해양·파생금융 중심지로 키우겠다던 약속은 결국 말뿐인 공약이었습니다. 이제는 부산 홀대가 놀랍지도 않습니다."

이 사업이 좌초 위기에 처한 것은 일차적으로 기획재정부에 책임이 있다. 기재부는 지난해 공모 방식으로 사업 방향을 바꾼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부산시가 요구한 예산(향후 6년간 연 10억 원)마저 거부했다. 1년간 지속된 지역 경제단체 및 정치·금융권의 비판에도 '특혜 사업'이라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소극적인 대처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이 같은 상황이 온 것에 대한 실질적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통상 부산의 금융 관련 국비는 '시→금융위→기재부' 등의 절차를 거친 뒤 지원 여부가 최종 확정된다. 시의 요구와 정부 결정 사이에서 금융위가 조율자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하지만 시에 따르면 '연 10억 원 요구'는 금융위가 기재부에 올리는 예산안에서부터 아예 빠졌다고 한다. 기재부의 설립 반대 입장이 워낙 완고해 일찌감치 '포기'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가 "금융당국마저 금융전문대학원 설립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토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부산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대통령 공약을 왜 특혜 사업으로 보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부산을 그저 남쪽 지방도시로 취급하는 것 같다", "연 10억 원을 지원받기가 이렇게 힘든 것인지 미처 몰랐다"는 등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포함한 정부의 금융 관련 고위 인사들은 그간 부산을 방문할 때마다 '금융중심지 지원'이라는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이 같은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 것을 부산시민에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지역 정치권과 시도 2017년 정부 예산안이 확정·발표되는 다음 달 중순까지 금융전문대학원 국비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서울경제부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