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가을야구를 향한 승부가 박빙이다. 야구 명가의 추락도, 만년 꼴찌의 역습도 순간의 타이밍을 잡느냐, 못 잡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찰나의 순간으로 승패가 갈리는 야구 세계에서 기막힌 타이밍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아 정말 잘됐다"고 말하는 좋은 타이밍이 있는가 하면, "왜 지금 저러냐"는 탄식으로 원망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후자다. 뭔가 일이 안 풀리는 와중에 또 다른 문제가 불쑥 생기는 안 좋은 타이밍의 연속을 '머피의 법칙'이라 부른다. 야구에서도 이런 머피의 법칙이 존재한다. 지극히 평범한 송구를 놓치는 실책이 실점으로 이어져 경기에 지거나, 투수가 단 한 명의 타자를 막지 못해 결국 가을야구에 진출 못 하기도 한다.
이런 사례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작은 실수나 사고들이 절묘한 타이밍으로 느닷없이 찾아와 좌절과 실망을 안겨주는 것만은 아니다. 그런 사고에 앞서 비슷한 징후가 있었지만, 당시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을 가능성이 높다.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크고 작은 조짐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런 현상을 '하인리히 법칙'이라 한다.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유사하고 경미한 징후들이 사전에 생각보다 많이 존재한다는 법칙이다. 결국 부정적인 타이밍에는 머피의 법칙만 작용하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하인리히 법칙도 들어가 있다. 하인리히 법칙은 대형 사고에 대한 이론이지만, 오히려 이를 역발상하면 '안전의 법칙'이 된다. 즉 지금 우리에게는 '역하인리히 법칙'이 중요하다. 잠재적인 위험의 노출경험이 오히려 경미한 사고를 막을 수 있고, 또 경미한 사고를 예방하게 되면 대형 사고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의미에서다.
지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에게 지진에 대한 충격과 공포를 심어줬던 후쿠시마 원전사고도 흔히 지진에 의한 사고로 알고 있지만, 실상은 쓰나미에 의한 인재였다. 바다 밑에서 규모 9.0 지진이 있었음에도 원전은 안전하게 정지됐다. 그러나 쓰나미가 덮쳐 전원공급을 어렵게 했고 냉각펌프를 쓸모없게 만들어 사고가 일어났다. 당시 지진 진앙에 더 가까이 위치한 오나가와 원전과 비교하면 극명한 차이가 난다. 오나가와 원전은 큰 지진에도 모두 안전하게 정지됐고 쓰나미가 난 뒤에도 대부분의 설비가 작동되거나 문제없이 복구됐다. 이는 역사상 예상되는 지진과 쓰나미를 기준으로 원전을 해수면 대비 높게 건설했기 때문이다. 반면 후쿠시마 원전은 쓰나미에 취약하다는 규제기관의 계속되는 권고에도 이를 무시하고 사전에 반영하지 않아 대형 사고를 초래했다.
여러모로 후쿠시마 사고는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일반인에게는 지진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의 사고였지만, 원자력의 역사에는 가장 경계해야 할 반면교사로 남아 자연재해에 대한 충분한 안전설비를 보강하는 등 안전성 증진의 계기가 됐다. 원자력발전소는 일반 건물과는 달리 강한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내진설계가 되어 있다. 대부분의 발전소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표면에서의 중력보다 20% 더 센 힘에도 견딜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특히 최근 건설된 신고리3, 4호기와 건설 예정인 신고리5, 6호기는 30% 더 큰 힘에도 견딜 수 있도록 내진 설계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혹자는 지진이 나면 오히려 원자력발전소로 대피해야 안전하다는 말을 한다. 실제로 오나가와 원전 인근 지역주민들이 대지진 당시 오나가와 원전 강당으로 대피한 사례는 극한 상황에서도 원전에 대한 불안과 공포에서 벗어나 믿고 의지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준다.
최근 잦아진 지진을 대형사고의 전조로 보고 불안감과 공포를 조장하는 일부 시각이 있다. 하지만 오나가와 원전 사례에서 보듯 아무리 큰 지진이나 쓰나미라도 정확히 예측하고 대비하면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충분한 안전시설을 갖추고 대형사고가 일어나기 전 앞서 존재하는 경미한 징후에 관심을 기울이면 원자력 안전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막연한 공포와 두려움으로 원전에 대해, 특히 오랜 기간 국가 에너지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된 신규 원전에 대해 반대하기보다는 안전하게 운영되는지를 지켜보고 감시하는 건강한 시민의식이 필요해 보인다. 고리원자력본부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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