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학생교육원 부속 공립형 대안 교육시설인 한빛학교가 지난 8일 학교 강당에서 위탁학생, 학부모, 소속 학교 선생님 등이 참석한 가운데 1학기 수료식을 했다. 이날 수료식에 참석한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이 직접 학생들에게 "한빛학교에서 생활이 행복했느냐"고 물었을 때 학생 21명은 큰 소리로 "예"라고 답했다. 이 말을 들은 대다수 교사의 가슴은 뭉클했을 것이다. 지난 4월 입학식에서도 김 교육감이 "여러분 잘할 수 있죠"라고 학생들에게 물었을 때 학생들은 말없이 고개 숙여 외면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고개를 들고 자신의 의사를 당당히 표현하는 모습으로 바뀌었으니 그동안 선생님들의 노고를 어떻게 다 표현할 수 있을까. 힘들고 어려웠던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변화를 끌어내려고 '참을 인(忍)'자를 수없이 반복해 새겼을 선생님들에게 다시 한 번 수고했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사전에는 대안교육을 '기존 제도권 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교육'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제도권 교육 즉 공교육으로 수용할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는 분야는 대안교육뿐 아니라 특수교육도 있다.
특수교육은 '특별한 정신적, 신체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 아동에게 교육 목표 방법 내용을 그들 각각에 맞추어 제공하는 것'이다. 여기서 특별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아동은 장애 아동과 영재 아동을 포함한다. 이 중 영재 아동은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라 지원하며, 장애 아동은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을 제정해 특별히 지원하고 있다.
이에 비해 대안교육은 초·중등교육법 제60조의 3(대안학교)에서 짧게 언급하고 있다. 1970년대 초부터 세계적으로 일기 시작한 대안교육 운동의 흐름이 우리 사회에서는 1990년대 중반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학교폭력, 가정문제, 입시위주의 경쟁교육 등으로 공교육제도에 적응하지 못해 중도 탈락 위기에 놓인 학생들의 해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폭발적인 수요와 기여도에 비해 앞의 영재교육과 특수교육보다 홀대받는 것도 사실이다.
십수 년 전에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 한 명이 입학하면, 별도의 학급이 설치되고 승강기를 설치했는데 당시에는 혈세낭비이자 역차별이라며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내 아이가 다소 불편할지라도 친구의 특별함을 인정하고 더불어 사는 세상을 배울 수 있다며 학부모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위기 학생을 위한 대안교육도 큰 틀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빛학교는 부적응 학생들을 일선 학교로부터 수탁받아 적응력을 길러 학교로 다시 돌려보내는 공립형 대안교육시설로 부산에서는 지난 3월 처음으로 부산시학생교육원에 설립됐다. 한빛학교에 학생을 위탁한 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해당 학생이 학교에 없는 것만으로도 전체 생활지도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최소 1년 이상의 장기 위탁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이번 21명의 수료생 대부분은 학교로 복귀하는 데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짧은 교육 기간으로 위기 학생의 보호와 관리 위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다 보니 일반 교육과정에 대한 적응 능력을 향상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문제다. 수료식 이후에도 한빛학교와 소속 학교는 상호 지도 체제를 형성하고 수탁과 복귀를 반복하더라도 학생을 변화시키는 작업을 계속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한빛학교가 6개월 위탁교육 기관에서 3년 교육과정의 정규학교로 독립할 수 있도록 시교육청과 정책적 협의를 해야 한다. 또 관련 법 제정을 통해 무분별한 대안학교의 난립보다 양질의 기관이 설립되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고, 체계화된 대안교육 과정에 관한 연구가 국가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교육자들부터 특수교육처럼 대안교육을 보통교육 과정의 당연한 영역으로 받아들이는 발상의 전환이다. 학생이 학교에 안 오면 그 집 문 앞에서 꼬박 2시간 이상 기다리는 선생님들 덕분에 이번 학기 위탁학생 출석률이 80% 수준을 기록할 수 있었다. 한 발 한 발 뜻있는 사람들이 희망을 품고 학생과 함께 걸어나가는 한빛학교가 대안교육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
부산시학생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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