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16년 6월 30일

◇참여위원(가나다 순)

▶권구철(변호사)

▶김문홍(소설가·부산공연사연구소장)

▶김윤경(부산대 문헌정보학과 4학년)

▶박민성(사회복지연대 사무처장)

▶양혜승(경성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이미욱(소설가)

국제신문 독자권익위원회의 6월 온라인 회의가 지난달 31일 열렸다. 이번 회의에서는 최근 학교전담경찰관의 여고생 성관계 사건을 경찰이 조직적으로 은폐한 행태를 파헤치면서 그 배경을 진단하고, 미세먼지 문제점을 심도있게 보도한 것에 대해 좋은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청년 관련 주제에 대한 밀도있는 기획력이 부족했고,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권구철=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났다. 사건도 사건이지만, 그 후속 조치가 점입가경이다. 학교전담경찰관이 자신의 담당 여고생과 성관계를 가진 사실이 밝혀지고, 그 경찰관 2명이 낸 사표가 수리되면서 경찰의 조직적인 은폐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은폐 사실이 드러나면서 해당 경찰서장 2명이 직위해제되고 부산경찰청장과 경찰청장까지 나서 공식 사과를 했다. 학부모·청소년단체들은 학교전담경찰관 제도에 대한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 사건은 경찰 전체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켰다. 국제신문은 이 사건과 관련해 해당 경찰관들의 사표가 아무런 문제없이 수리되고, 경찰이 조직적으로 이를 은폐하려고 했던 사실을 질타하고, 경찰의 자정기능이 마비되었음을 꼬집었다. 또 경찰이 은폐하고자 했던 이유로 성과급 제도, 승진과 같은 내부 경쟁을 지적했는데, 해당 기자의 분석력과 노고가 묻어남은 물론이고 시민들이 이 사건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나아가 누리꾼들에 의한 성관계 여고생과 경찰관에 대한 무분별한 신상털기는 당사자들, 특히 학생에 대한 2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기사 역시 시의적절하고 탁월한 지적이었다. 해당 여학생의 경우 가정문제로 3차례 자해를 시도하고, 이번 사건과 관련해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 혹시라도 학생 신상이 드러날 경우 그 학생은 또 다시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이 사건 처리는 아직 진행 중이다. 국제신문은 관련 내용을 계속 기사화하면서 부산경찰청과 부산교육청 당국이 제도를 제대로 개선하는지 여부를 감시 확인하는 등 지역정론지로서의 역할을 다해 주기를 바란다.


▶김문홍=국제신문은 성인뿐 아니라 미래의 독자인 중고생과 초등학생들을 위해서도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중고생' 페이지와 '스토리텔링 & NIE' 지면이다. 특히 지난 28일자 'EU 탈퇴한 영국, 왜 세계가 시끄러울까요'는 유럽연합(EU)의 탄생,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갖는 의미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 시의적절했다. 또 지면 말미의 '생각해볼 점'이란 코너로 요점을 정리하고 논술 작성의 기초를 제공한 점은 아주 돋보였다. 그리고 '사설'을 어린이들의 눈높이에서 다시 해설하고, 그러한 논리적 전개를 기초로 사례를 예시한 '어린이 사설 쓰기'를 유도한 점은 의미 있는 지면 편성이었다.

6월 11일자 정인 소설가의 칼럼 '우리가 지루해야 할 이유'는 우리의 소비지향적이고 몰개성적인 직장 회식문화와 단합대회를 지양해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방향으로 전환하자는 내용으로 신선하고 창의적인 제언을 해 주목을 끌었다. 이 글은 속도주의와 이기주의에 함몰되어 정신의 황폐화로 치닫는 세태를 꼬집으면서'우리가 지루해야할 이유'를 조근조근 속삭이고 있어 돋보였다. 29일자 '부산 무서운 연극 4편'에 대한 문화면 기사는 자칫 잘못 하면 일반 관객들에게 대중적이고 통속적인 서울의 상업연극이 부산 연극의 본령인양 왜곡시킬 우려가 있었다는 점을 지적해야겠다. 무더위를 식힐 납량특집 연극이라는 시의성을 감안하더라도 지역 연극인들에게는 다소 서운한 감이 들었을 것이다.


▶김윤경=신공항이 또 백지화된 이후 국제신문의 '김해공항 확장 심층점검' 시리즈를 잘 읽고 있다. 소음 피해나 물류대책 등 해결과제들을 잘 짚어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서병수 시장의 책임론이나 말 바꾸기 논란에 관한 기사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가덕신공항이 안되면 사퇴하겠다던 서 시장은 유치 실패 후 가덕신공항 재추진을 시사했다. 하지만 일주일 만에 김해공항 확장안 수용으로 입장이 바뀌었다. 그럼에도 국제신문에서는 이를 직접적으로 지적하는 기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관련 기사가 게재되기는 했지만, 이마저도 서 시장의 향후 거취나 책임을 두고 벌이는 누리꾼들의 설전만 인용되었을 뿐이었다. 특히 이번 신공항 백지화를 둘러싼 시민 여론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 지난 28일자에서 부산시의 자체 설문조사 결과, 시민 63%가 신공항을 찬성하고 69%가 서 시장의 사퇴를 반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표본이 1000명에 불과하고, 시가 김해공항 확장안을 수용하는 상황에서 나온 결과라 설득력이 떨어진다. 향후 부산 정치권에도 미치는 영향이 큰 사안인 만큼 신공항 논란 이후 시민 여론이 어떠한지 짚어보는 기사가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박민성=6월 7일부터 보름여 사이에 '청년' 주제 기사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7일자의 '취업 배고픈 청년, 식당 종업원으로 몰려', 15일자 '허기진 청춘들의 삼겹살 무한파티, 1만 원 한 장이면 OK', 21일자 '미친 전월세 못 견디겠다. 빚내서 집사는 2030', 9일자 '청년유니온 최저임금 1만 원 보장' 등이다. 이 기사들은 청년의 취업·생활·주거·미래 문제 등을 담백하게 담고 있다. 그런데 너무 아쉽다. 만약 이 기사들을 '씁쓸한 청년의 삶'이라는 주제로 묶었다면 어땠을까? 어려움을 겪는 청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좀 더 높이는데 일조하지 않았을까? 어느 때보다 청년에 대한 지지가 필요한 시기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아쉬움이 남는다. 좋은 기사를 더 좋게 만들 수 있는 기획력이 아쉽다.

6월 첫날 2면의 '아파트 앞·뒷동 매매가 6억 차이 나는 이유는…광안대교 뷰' 기사를 보고 얼굴이 약간 찡그러졌다. 우리 사회 주거 불평등을 다루는 기사라고 생각했는데 빗나갔다. 해운대와 명지신도시 등의 아파트를 홍보하는 광고성 기사가 아닌가라는 착각이 들었다. 부동산과 같은 민감한 기사는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길 바란다.


▶양혜승=해마다 돌아오는 역사적인 날들이 있다. 4·19혁명, 5·18광주민주화운동, 6월의 한국전쟁 등이다. 비록 과거 속으로 묻힌 날들이지만 우리의 현재를 규정하고 있는 아픈 역사들이다. 따라서 신문이 이런 역사적 사건들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작업은 중요하다. 하지만 요즘 신문들이 역사에 대한 '복기'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저 때가 되면 돌아오는 '행사'로 치부되는 듯하다. 국제신문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6월 25일 무렵 국제신문 지면에서 한국전쟁과 관련한 차분한 역사 되돌아보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우리나라 초등학생의 절반 이상이 한국전쟁이 일어난 해를 모른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물론 이 책임이 언론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역사를 잊어버리는 과정에 신문도 동참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지난 5월 18일 지면에서도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되돌아보기는 없었다. 그저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의 기념식 행사 소식만 전달되었다. 아직도 5·18을 빨갱이의 소행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언론에게 책임이 적지 않다. 물론 신문이 역사교과서는 아니다. 하지만 해마다 돌아오는 잊지 말아야 할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기억하고 제대로 기록함으로써 오늘을 다시 되돌아보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이미욱=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이 망각이라 하지만 그것이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우리 사회가 냄비 끓듯 분노했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어느새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국제신문에 그와 관련한 기사가 6월에 두 건밖에 없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옥시가 출시 3개월 만에 부작용을 호소하는 민원에도 제품을 판매했다는 것과 부울경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수에 대한 기사는 사실보도에 충실했다. 그러나 이대로 끝내서는 안 될 문제임이 분명하다. 영유아를 비롯해 무고한 수백 명이 생명을 잃었고 피해자들은 산소통을 끌고 다녀야 하는 고통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옥시의 잘못과 정부의 책임 그리고 검찰 수사과정에 허점을 지적하고 이면에 숨은 진실을 보도해야 한다. 우리네 이웃의 일이다. 그들을 꼬집어줄 언론의 날카로운 시선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가습기 살균제와 같이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것이 미세먼지다. 날씨와 함께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할 정도로 대기오염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뭣이 중헌디'를 모르는 환경부의 안일한 태도에 숨이 막히는 듯하다. 국제신문은 미세먼지 주의보가 전국 7대 도시 중 부산이 가장 많았다는 기사를 비롯해 미세먼지 발생 원인과 관련 질환 등에 대해 심도 있게 보도했다. 또 정부 대책안에 대한 부처별 입장차를 분석해 문제점을 부각시키고 사설과 칼럼에서도 그 심각성과 근본 대책의 시급성을 촉구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미세먼지 대책으로 원전이 부각되고 있다. 우리의 안전을 가장 위협하는 원전에 대해 더욱 신중한 보도를 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