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내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상대국 어선의 조업량 등을 결정하는 한국과 일본 간 올해 어업협상이 결렬됐다고 한다. 이에 따라 양국은 오늘부터 상대국 수역에서의 조업이 일제히 중단됐다. 무엇보다 일본 대마도 주변에서 고등어를 잡는 선망어선과 일본 동중국해 주변에서 갈치를 잡는 연승어선 등 국내 어업인들의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가뜩이나 국내 어황이 부진해 일본 해역 의존 비중이 높은 국내 대표 생선의 조업이 중단됨으로써 가격 폭등까지 우려된다.

이번 협상에서 우리 정부는 한국 어선의 일본 내 갈치 어획 할당량을 2150t에서 5000t으로 늘려줄 것을 요구했다. 반면 일본은 한국 갈치 어선의 일본 내 입어 척수를 206척에서 73척으로 오히려 줄여야 한다고 맞서면서 결국 협상이 결렬된 것이다. 일본이 이처럼 강경한 입장을 보인 것은 협상에서 손해볼 게 없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한국 어선의 일본 해역 내 어획량이 일본 어선의 한국 내 어획량보다 훨씬 많다는 것으로 우리를 압박한 것이다.

일본은 이와 함께 협상 타결 때까지 잠정 조업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우리의 제안도 거부했다. 한마디로 우리가 협상에서 수세에 몰린 형국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우리 정부가 갈치 할당량 증가에 집착해 협상을 진행하다 다른 어종까지 피해를 입게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현재 고등어는 전체 어획량의 10분의 1, 갈치는 20분의 1을 일본 해역에서 잡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정부가 좀 더 유연하게 협상에 대처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정부로서는 어느 어종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하지만 특정 어종을 위해 다른 어종까지 피해를 입게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에 귀 기울일 필요는 있다. 어쨌든 고등어 갈치 등 우리 대표 생선의 일본 해역 내 조업 중단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당장 업계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서민 물가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는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여러 업계의 이해관계를 만족시킬 최적의 안을 만들어 하루빨리 협상을 재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