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취임한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의 일거수일투족은 늘 관심의 대상이었다. 삼성그룹 인사 전문가로 초대 인사혁신처의 수장이 됐으니 세간의 눈길이 쏠린 건 당연한 일. '철밥통'으로 불리던 공직사회를 개혁하라는 주문을 받은 만큼 스스로도 파격 행보를 이어갔다. 민간기업의 입장에서야 별 대단한 것도 아니지만 보수적인 공직사회의 눈으로는 그렇게 보일만도 했다.

우선 그의 관용차는 천편일률적인 검은색이 아니라 은색에다 중고차를 렌트했다. 반투명 유리로 집무실이 훤히 들여다보이게 하고 고위공직자의 상징인 자개 명패 대신 투명한 플라스틱 명패를 썼다. 색깔 있는 안경테에다 푸른색 와이셔츠와 붉은색 넥타이를 즐겨 매 국무회의에서 단연 눈에 띄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오후 6시에 '칼퇴근'하는 모범을 보이기도 했다.

이 처장은 취임 직후 간담회에서 "장그래(드라마 미생의 주인공)가 있으면 인사혁신처에 뽑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대를 어떻게 만방 이상 크게 이기겠나. 두 집만 내면 된다. (바둑에선) 아주 작은 두 집만 갖고도 완생이 가능하다. 그 정도를 기대하는 것이지 넓은 땅을 갖고 싶은 게 아니다"고 한 적이 있다. 커다란 개혁도 좋지만 작은 것부터 바꿔나가겠다는 의지였던 셈이다.

그랬던 그가 1년7개월의 '실험' 끝에 퇴진했다. 건강상 이유라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는 게 주위의 시선이다. 새로운 실험의 좌절이 부른 퇴임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임사에서 취임 당시처럼 바둑 용어로 자신의 심경을 드러 냈다. "자평해보니 미생으로 왔다가 한 집을 만들고 나머지 한 집은 '빅(무승부)'을 만든 게 아닌가 싶다"며 미완의 혁신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의 재임 기간 공직사회에 '민간DNA'를 도입하기 위한 많은 시도가 있긴 했다. 저성과자 퇴출, 성과연봉제 확대, 개방형 직위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공무원의 연간 근로시간을 대폭 줄이고 주 3.5일 근무가 가능토록 하는 근무혁신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시책을 두고 공무원 사회 내부에서 현실을 너무 모르는 이상주의적 발상이라는 반발도 쏟아졌다.

그가 도입한 제도는 취지와 별도로 현실성 논란이 일고 만큼 성패 여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의 말처럼 '빅'은 커녕 한 집이나마 제대로 만들었는지도 불투명하다. 결국 1년7개월간 고군분투했던 자신의 실험만으로 끝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장재건 논설위원 jj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