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각 상임위원회 위원장과 위원이 확정됨으로써 제20대 국회 상반기 원 구성이 마무리됐다. 국회의장 자리를 놓고 3당의 한판 힘겨루기가 펼쳐지는 등 우여곡절이야 있었지만, 대체로 원만하게 이뤄졌다는 평가다. 이번 원 구성 결과를 관심있게 살펴보던 중 반가운 이름이 눈에 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부산진갑에서 당선된 김영춘 의원. 그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위원장을 맡은 것이다. 서울에서 16, 17대 의원을 지내고 8년 만에 고향 부산에서 출마, 국회 재입성에 성공해 3선 의원이 됐기에 그가 상임위원장 자리 하나는 맡으리라고 예상됐었다. 그러나 지역사회와 정치권의 그 누구도 김 의원이 농해수위 위원장을 맡으리라고는 쉽게 예상치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기획재정위나 정무위, 국토교통위 등 소위 '힘 실리는' 상임위에서 위원장을 맡거나, 여의치 않으면 위원을 맡았다가 하반기 상임위원장을 노려 볼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농해수위 위원장을 기꺼이 맡았다. 모두의 예상을 보기 좋게 깬 반전이다.
김 의원의 농해수위 위원장 취임을 바라보는 지역 해양·수산업계의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조선·해운업에 거세게 불고 있는 한여름 '삭풍'이 그 어느 때보다 매섭게 다가오는 상황이다. 이런 시기에 부산의 중추 산업이라고 하는 해양수산 분야를 관장하는 상임위 수장이 부산 출신의 3선 의원이라는 점은 고무적인 일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난 19대 하반기, 해운·조선업계에 서서히 불황의 그림자가 닥쳐오던 절체절명의 시기에 18명의 부산 의원 중 단 1명도 농해수위에 소속된 의원이 없어 '비빌 언덕'을 찾기 어려웠던 아픈 기억을 떠올려보면 더욱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기자는 이미 4월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있던 지난 3월 10일 자 본지 30면에 쓴 칼럼 '해양수도 부산에 걸맞은 정치인 원한다'에서 이 같은 현실을 지적하면서, 20대 국회 원 구성을 시민과 함께 지켜보자고 제안한 바 있다.
그런데 사실 김영춘 농해수위 위원장에게 거는 기자의 기대감은 단순히 그가 지역 출신 3선 의원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배우고 소통하려는 자세',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해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면 남에게 미루지 말고 기꺼이 맡자'라는 그의 평소 품성이 이번 상임위원장 확정 과정에서 있었던 그와의 대화에서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상임위원장 선출을 두고 3당이 막판 줄다리기를 하고 있던 지난 11일 오후 김 의원이 한 통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왔다.
"이 기자, 토요일이라 쉬고 있을 텐데…. 조언을 구하고 싶은데, 통화 가능할까요?"
어렵사리 연결된 통화에서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내가 농해수위 위원장을 맡는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 형식은 질문이었지만, 내용은 이미 마음을 정한 후에 확신을 더하기 위한 것으로 들렸다.
"별로 빛나지 않는 자리일 수도 있습니다. 또 지금 조선·해운업이 최대 위기에 봉착해 있고 특히 부산 경남 울산지역이 비상 상황입니다. 그래도 괜찮다면 지역에서는 대환영일 겁니다"라는 기자의 대답에 그는 단호하게 답했다. "그럼 됐습니다. 빛나지 않는다는 것은 두렵지 않습니다. 다만 국민의 대표로서, 농해수위에서 맡은 바 중책을 잘 해나갈 수 있을지가 진정 두려운 일이지요. 부산에서 나고 자랐지만 부끄럽게도 바다에 관해 아는 것 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습니다. 귀를 열고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많이 가르쳐 주십시오."
알고 보니, 당시 그가 자문 요청을 한 사람은 본 기자만이 아니었다. 지역의 해양수산 관련 종사자 다수와 소통하며 '가르침'을 구했다고 한다. 3선 의원, 제1야당 부산시당 위원장과 같은 그의 현재를 수식하는 말들과는 딴판인, 그가 세상을 대하는 자세다. 이런 낮은 자세가 바로 '부잣집 도련님'이나 '귀공자' 같은, 외모에서 오는 선입견을 벗어던지게 하는 흙수저 정치인 김영춘에게 기대를 갖게 하는 진짜 이유다.
해양 수산관련 산업에서 부산의 지역총생산 중 약 30%가 나온다. 김 위원장과 대비되는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 12명의 새누리당 소속 부산 의원 가운데 역시나 이번에도 농해수위 소속 상임위원이 없다는 점이다. 제1야당 소속 위원장과 여당 소속 상임위원이 포진한 농해수위라면 부산의 해양수산인들에게 더욱 든든하게 다가왔을 것 아닌가.
해양수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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