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 명, 5만 명'. 연일 매스컴에서 보도하는 조선산업 실업자 예상 수치이다. 조선산업의 구조조정으로 향후 조선종사자의 10~15% 수준인 2만에서 3만여 명의 실업자가 발생하고, 협력업체를 포함하면 5만여 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또 거제시에서만 조선산업 종사자 2만여 명의 실업이 예상된다는 보고도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작은 기초지자체 인구와 맞먹는 것으로 쓰나미 같은 여파가 우려된다.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역사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연안 어선과 소형 운반선 위주의 목선을 건조했다.

그러다가 현대중공업이 1973년에 울산조선, 1975년에 현대미포조선을 세웠다. 1978년 대우조선해양의 전신인 대한조선공사가 거제에 건설되었으며, 1977년 삼성중공업이 조선업에 진출했다.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에서 조선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10% 정도로, 이 분야에서 한때 세계 1위부터 7위까지, 지금은 3위까지의 글로벌 조선업체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초대형 컨테이너선, LNG운반선 등 고부가가치선 시장을 독점하기까지 했다. 우리나라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 굴지의 조선대국이 된 것은 조선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정책과 우수한 기술인력, 철강·전자 등의 연관산업이 뒷받침한 덕분이다. 하지만 최근 조선산업은 세계 경기의 영향, 유가 하락 등으로 불황기에 접어들었다. 여기에다 우리나라는 해양플랜트 분야에 대한 무리한 투자, 핵심 기술력 부족 등의 이유로 더욱 심한 불황으로 빠져들었다.

정부는 조선산업 구조조정을 포함한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이 대책에서 역점을 둬야 할 것은 첫째, 향후 세계 경기가 호전되었을 때 조선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방안, 둘째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위한 고용대책이라고 본다.

조선산업은 노동집약적이면서 기술집약적 산업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앞으로 경기가 호전되었을 때 우수한 기술인력이 부족하면 그 과실을 따먹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발표된 고용대책을 보면, 외국 조선소 또는 다른 업종에 재취업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세계적 경기 둔화로 외국 회사의 재취업은 소수 인력에 국한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현실적으로 볼 때 타 분야 재취업은 그림의 떡과 같은 것이다. 특히 실직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실업급여 예산을 확대하는 방안 외 뚜렷한 대책이 없다.

따라서 조선산업 분야의 재교육을 통해 미래의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고 실업급여를 보장하여 고용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방안을 제시한다.

먼저 중앙정부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재교육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 수업기간은 주 5일제와, 3일간은 교육을 받고 이틀은 자유롭게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3+2일제를 제안하며, 교육일수에 따라 차등된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것이다.

교육 분야·내용은 해양플랜트, 크루즈선 등 미래 핵심분야를 중심으로 심화반, 고급반 등 수준별로 개설하고, 학점은행을 통해 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하면 더욱 좋겠다. 교육장소는 조선산업 종사자들의 거주지 주변으로 개설하는 것이 마땅한데, 이는 근로자들이 집을 떠나서 교육받기에는 시간·물질적으로 애로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3년 전 '고용촉진특별구역'으로 지정된 통영시의 경우 교육장소를 50여㎞ 떨어진 진주의 모 대학으로 하였는데, 교육생 67명 중 20명만이 통영 조선산업 실업자로서 참여율이 극히 저조했다.

그러나 조선소 주변지역에 새로운 교육기관을 설립하기에는 재정적·시간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인근 대학을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예를 들면 반경 30여㎞ 주변에 소재한 폴리텍대학과 이런 대학이 없는 곳은 일반 대학교에 현재 교육부에서 추진 중인 평생학습대학을 설립해 조선해양특성화 분야를 추가 지정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으리라 본다. 마지막으로 우수한 강사진 확보다. 다행히 대형 조선소가 위치한 곳에는 '조선해양학과'가 대부분 설치되어 있으므로 관련 교수들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해양플랜트 분야 등에서 기술력 제고를 위해 스카우트해 온 해외 엔지니어들을 채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조선산업은 몇 번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온 경험을 가지고 있다. 산·학·관·연이 마음과 힘을 모은다면, 시련을 이겨내고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며 부활할 수 있을 것이다. 위기가 기회일 수 있다. 지금부터 거름을 주고 튼실하게 키워나가면 조선산업의 아름다운 꽃을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드시.

경상대 해양식품생명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