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도매인들 때문에 못 살겠어요. 여기저기서 요구를 하는 통에…." 22일 만난 한 공무원의 푸념이다. 중도매인들이 잇따라 상권, 생존권 보호를 주장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해 골머리를 썩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자 곁에 있던 수산업자가 한마디 했다. "중도매인의 위상이 과거보다 높아져서 그래요." 하지만 공무원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런 상반된 시각은 지난달 국제수산물도매시장 연근해 위판법인 중도매인들이 부산시를 상대로 집단 민원을 제기했을 때도 드러났다. 앞서 부산시수협은 자갈치공판장 트롤 위판법인의 도매시장 이전 계획을 밝혔으며, 시도 이를 전제로 도매시장 내 돌제 부두 상옥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이에 중도매인들이 "트롤 어종 취급 법인을 한 시장에 2개나 만드는 건 최저생계비도 못 버는 상인을 거리로 내모는 짓"이라며 반발했다. 일각에서는 "그간 시장에 이바지한 중도매인의 역할을 고려해 대화 상대로 인정하자"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반대 측에서는 "정당한 법인 유치 절차를 따르면 된다. '떼법'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강경하다.

인근 남항으로 눈을 돌리면 또 다른 상반된 시선이 있다. 1700억 원이 넘는 국·시비가 투입될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 공사를 앞두고 대체위판장이 필요하다는 중도매인의 요구와 시장이 개선되는 만큼 중도매인도 당분간 상권 축소를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다. 견해 차이는 오는 27일 시의 현대화 설명회 때 더욱 첨예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는 "마땅한 대체부지가 없어 국제수산물도매시장 돌제 부두를 대체위판장으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을 내놨지만, 중도매인들은 "한 번 떠난 배는 돌아오지 않는다. 시가 도매시장 활성화를 위해 남항 상권을 볼모로 삼으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련의 두 사태는 시대 변화에 따라 중도매인의 위상과 권리가 높아진 만큼 책임도 커졌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지난 3월 수산물 유통의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까지 시행에 들어간 터다. 중도매인들은 법 시행을 계기로 그동안 수산업 주변부에서 소외돼온 자신들의 발전 토대를 마련했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법이 강조하는 책임과 의무를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 맥락에서 이달 초 어시장에서 벌어졌던 정부 비축 수산물 경매 중지 사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시 물가안정용 비축 수산물이 어시장에 방출됐지만, 중도매인들이 연신 낮은 가격을 불러 경매 중지 사태가 야기됐다. "시세 차익에 눈이 멀어 물가안정이라는 소비지 어시장의 책무가 잊혔다"는 누군가의 지적이 중도매인에게 뼈아프게 받아들여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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