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정직하다. 어떤 행동이나 사고로 생활하느냐에 따라 몸 안에서 생리, 생화학 반응이 일어난다. 링컨 대통령의 어록 중 사람은 마흔이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무슨 의미를 나타내는 것인가? 최근 링컨 대통령의 어록을 증명하듯 의학적 연구결과가 경이롭게 속속히 발표되고 있다. 얼굴에서 연륜이 묻어난다든지, 고매한 인품을 지닌 것 같다든지, 얼굴색이나 몸가짐이 이상하다든지, 간사하다거나 음흉하다거나, 생활에서 볼 수 있는 몸의 외적인 행색을 정직하게 표현하곤 한다.
몸이 정직하게 표현되는 것은 바로 인간생체의 생리, 생화학 반응에 따른 것이다. 1960년대부터 일부 뇌과학자가 사람들에게 쾌감을 주는 마약류의 생리반응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1975년 영국의 에버딘 대학교 생화학자 코스터리츠 박사가 뇌에서 생성되는 엔도르핀을 발견했다. 엔도르핀은 엔케팔린(진통제)의 일종인데, 아편과 같은 기능을 가지면서 모르핀보다 200배 더 강한 체내의 모르핀이다. 그 이후 뇌에 대한 연구가 매우 활발해지면서 뇌에서 분비되는 경이로운 호르몬들을 발견하게 됐다. 베타 엔도르핀, 감마 엔도르핀, 다니노르핀, 프로엔케팔린 등 다양한 엔도르핀이 속속 보고됐다.
뇌에서 생성, 분비되는 여러 호르몬은 중독성 있는 마약류의 진통제와는 다른, 중독되지 않는 천연 진통제이다. 최근 의학이 발견한 호르몬 중에 기적의 호르몬이라는 다이도르핀(Didolphin)이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 엔도르핀은 강력한 진통효과와 피로해소, 항암효과 등이 있으며 다이도르핀은 엔도르핀보다 무려 4000배 정도의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증명됐다. 즉 위의 호르몬들이 생체의 면역작용을 강력하게 유발시켜 항암효과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런 호르몬들은 언제 어떻게 생성, 분비되는가? 호르몬들의 분비가 생체의 신비감을 재차 인식하게 하고, 분비되는 과정의 생리 반응에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 이런 호르몬들은 평소에 항시 분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엔도르핀은 마음이 기쁘고 즐거울 때, 다이도르핀은 굉장한 감동을 받을 때 생성, 분비된다. 그래서 엔도르핀은 웃음의 호르몬, 다이도르핀은 감동의 호르몬이라는 별칭을 갖게 됐다.
많이 웃고 즐거울 때나 굉장한 감동을 받을 때 혹은 사랑을 느낄 때 생체의 생리, 생화학 반응으로 위의 호르몬들이 생성돼 분비되면서 생체는 기적적인 면역작용을 하게 된다. 특히 다이도르핀은 평소 잘 생성, 분비되지 않다가 굉장히 감동을 받을 때 전혀 반응이 없던 호르몬 유전자가 활성화되면서 생성되고 많이 분비된다. 그래서 다이도르핀을 기적의 호르몬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프랑스 격언 중 '모든 날들 중에 가장 완벽하게 잃어버린 날은 웃지 않고 지나간 날이다'란 말이 있다. 또한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성경구절도 있다. 위의 격언이나 성경구절은 쉽게 회자되는 단순한 진리다. 하지만 우리는 단순한 진리를 쉽게 망각하거나 행동에 옮기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웃음이나 사랑이 우리 생활에서 무엇을 의미하는가? 일상에서 서로 웃으며 사는 날들이 얼마나 되는가? 생활 가운데 감동받는 사건들은 얼마나 되는가? 자연의 섭리에 따른 자연의 아름다운 현상이나 풍경에 압도된 적이 있는가? 진보적이고 긍정적인 삶을 위해 알지 못했던 새로운 진리들을 깨달아본 적 있는가? 인간 공동체에서 어떠한 양상이든 엄청난 사랑에 빠져본 적 있는가? 인간생존을 위해 스스로 물어봐야할 때이다.
인간생체는 충분히 건강하게 생존할 수 있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단순한 진리에 의해 생체는 생화학적, 생리적 작용을 일으키며 인간을 위협하는 질병이나 자연재해에 방어하는 기전을 갖게 되는 것이다. 생체에서 호르몬 분비에 의한 반응은 바로 일상에서의 건강과 행복감으로 나타난다. 인간 공동체에서 서로 웃고 사랑하며 함께 생활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개인의 건강과 행복에 직결되는 것이다. 다이도르핀 등 생체 내 여러 호르몬을 생성, 분비하는 생체의 신비는 인류존속의 원동력이 돼 왔다고 할 수 있다. 인간생체의 신비로운 생리적, 생화학적 작용이 없었다면 무섭게 창궐하는 전염병에 의해 인류는 멸망했을 것이다.
서로 웃으면서 사랑하고 오감을 가지고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의 특권이다. 웃음이나 감동, 사랑은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몸짓이다. 단순하고 쉬운 몸짓들이 뇌속에서 기적의 호르몬들을 생성, 분비하고 이 호르몬들이 면역력을 높여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게끔 한다. 왜 이런 쉬운 몸짓들을 우리는 일상에서 잘할 수 없는지 반성해야할 것이다. 일상에서 웃음과 사랑으로 이뤄지는 생활습관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웃음 감동 사랑이 인간 공동체에서 생활의 필수요소임을 절실히 깨달아야할 것이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옛말대로 웃으면서 설날을 맞이하는 것은 어떨까?
소설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