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들썩거린다. 작년 연말부터 굵직한 프로젝트들이 연일 발표되며 부산에 공급될 활력에 가슴이 부푼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은 선거철만 되면 늘 해오던 그런 예년의 발표들과 달라 보이기 때문이다. 낙동강 일원을 중심으로 신공항 유치를 근간으로 하는 '부산 대개조 비전계획', 자성대부두와 55보급창을 중심으로 한 '부산항시티 계획', 서면 일대의 변혁을 위한 '동천 복원', 그리고 '2030년 등록엑스포 유치'와 '피란수도 세계유산 등재' 등의 전략 프로그램까지 곁들여진 부산 전체의 균형과 상생을 지향하는 멋진 계획들이다. 1인당 GDP 5만 달러를 지향하는 도시로서의 마땅한 조치들이다.

사실 싱가포르, 런던, 상하이, 시드니, 함부르크, 멜버른 등 세계적인 항구도시 모두는 국제 이벤트 유치와 물(바다와 강)과 관련된 기회를 극적으로 살린 도시다. 런던은 환경을 주제로 한 올림픽 개최와 템스 강 르네상스 사업을 통해 국제사회를 주도하고 있고, 상하이는 엑스포를 통해 황포강 일원의 대변혁을 가져오고 있다. 시드니 멜버른은 올림픽 개최와 특별한 항구재생으로, 싱가포르는 보타닉 가든을 세계유산에 등재시키며 역사문화에 기반한 첨단항구도시의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부산이 가려는 길, 향후 15년 뒤 '2030 부산의 비전.' 올바른 지향점을 가졌다. 그러나 좋은 계획에는 늘 명암이 있는 법. 또 실천 과정에도 난관이 있는 법. 그런 시각에서 몇 가지 논점을 짚어본다.

첫째, 제시된 사업들은 바닷가(항구)와 강가에서 펼쳐짐에도 '그 바다와 강 얘기가 드러나질 않는다는 것'이다. 국제 명소가 되려면 개발 후 '원 가치(original value)'가 오히려 더 강해져야 한다는 것이 도시개발사의 정설이다. 그런데 우리는 물 얘기보다 배후지 개발계획들만 나열된 느낌이다. 부산의 도시개조는 바다와 강을 중심으로 한 '진정한 내적 혁신(real inner innovation)'을 모토로 해야 한다. 그 혁신은 부산의 고질적인 도시문제들을 해소시킬 수 있는 도시 체질과 시스템의 대전환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개발 아이템의 나열식 집합을 혁신으로 오해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두 번째는 '개발전략의 창조성이 부족해 보인다는 것'이다. 천지가 개벽할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요즘. 미래도시를 얘기하면서도 우린 여전히 '고층 개발'만을 고집한다. 복합개발의 명분을 내세우지만, 사실 주거와 상업과 관련된 민간자본의 빠른 유치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답습하고 있는 이런 방식으로 과연 우리가 원하는 미래도시를 만날 수 있을까. 도시는 만들어지겠지만 부산 개조에까지 이를지는 의문이다. 바다와 강을 다루는 개발은 내륙 개발지에 대한 양적(量的) 접근만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물과 도시의 밀착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혁신적인 개조는 요원한 일이다. 이제 부산은 센텀시티나 마린시티 스타일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 논의는 부산의 '신랜드마크' 이야기로 이어진다. 초고층 건물을 랜드마크로 여기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작지만 역사적이거나 친환경적인 것, 그리고 그 도시만의 독특한 문화에 상상력이 더해진 신랜드마크들이 각광받는 시대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자성대부두의 곡물창고(사일로)'는 어떤가. 자성대부두는 우리나라 최초의 컨테이너 부두이고, 이곳 곡물창고 역시 최초의 대형 사일로다. 더군다나 북항(바다)에 연해 있다. 이곳을 오페라하우스나 국제아트센터로 리모델링한다면 세계 어떤 문화시설보다 뛰어난 신랜드마크가 될 것이다. 우리에겐 어느 민족보다 뛰어난 감성과 창조력이 있지 않는가. 2030년에는 '부산만의 특별함'에 기반한 신랜드마크를 여러 가지 창조해야 한다. 그래야 국제사회에 부산 대개조란 명함을 제대로 꺼낼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는 '너무 과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15년 안에 이걸 다! 솔직히 부산의 현 능력(재원조달 등)을 냉정히 고려해 볼 때, 버거워 보인다. 부산 대개조를 통해 부산이 동북아시아, 아니 세계의 주도권을 잡으려면 일을 크게 줄여 집중해야 한다. 과하면 대강할 수밖에 없고, 애착 없는 남 생각에 따라가는 일이 속출한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업의 과다한 나열이 아니라, 섬세하고 체계적인 '트리(tree) 개념의 성장형 유지관리 전략'을 짜는 일이다. 시작은 장대했지만 마무리를 못하거나 후대에 짐을 안기는 일들이 범국가적으로 얼마나 자주 벌어지고 있는가. 근본적인 것에 대한 고민없이, 또 지역이 가진 원 가치에 대한 몰인식 속에서 성과 만드는 일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추진과정 중에 또 사후에 나타날 '후유증 다스리기'에 매진해야 한다. 섬세하고 체계적인 부산 관리의 철학이 절실한 시점이다.

마지막은 '전체에 대한 생각, 즉 바다와 강이 결합된 해안부 전체에 대한 상상력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부산의 해안부에는 부산다움, 부산기질, 부산산업, 부산문화가 층층이 쌓여 있다. 2030년이 되면 신공항과 신항만 일대는 첨단과 생태지대로 변해 있을 것이다. 그때 자성대부두는 50년을 넘고 부산항은 150년의 나이를 가진 역사적인 워터프런트가 될 것이다. 함께 생각해야 한다. 내륙으로 움직이는 엑스포가 아닌 바다를 뒤흔드는 창의적인 엑스포를 기획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2030년 이후에도 동천과 낙동강이 함께 움직이고, 가덕도와 영도가 끊임없이 관계를 이루는 그런 융합의 미래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이 시대, 부산이 미래도시로 각광받는 핵심 이유는 무엇일까? 100% 입지 여건과 관련된 부산이 가진 자연, 특히 바다와 강 때문이다. 새로운 비전을 품게 해준 자연 그리고 그 자연 속에 녹아 있는 기억과 흔적들을 소홀히 다룬다면, 또 눈앞 이익과 표 때문에 그것들을 버린다면 2030년 그때도 부산은 지금 선(線)을 넘지 못할 것이다. 한정된 돈에 끌려 다니거나 돈에 굴복하지 않는 15년이 되면 좋겠다. 부산이 얼마나 아름답고 놀라운 도시인가를 크게 알아가는 '15년간의 행복한 미래여행'이 되길 간절히 기대한다.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