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공기가 제법 쌀쌀해진 걸 보면 이제 가을인가 보다. 가을하면 만국기가 펄럭이는 학교 운동장에서 큰 공을 굴리고, 2, 3층 높이의 인간탑을 쌓으며 고난도 매스게임도 하고, 전교생이 청·백군으로 나뉘어 저마다 팀 승리를 위해 열심히 달리며 목청껏 응원하던 가을 운동회가 생각난다. 요즘도 초등학교에서 가을 운동회가 열리지만 예전만큼은 축제 분위기가 아닌 듯해 아쉬움이 남는다. 이러한 아쉬움은 초등학교 운동회에서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민족의 '가을 대운동회'인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도 올해로 96번째를 맞지만 그 의미와 축제 분위기는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전국체전의 기원은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시작은 조선체육회가 창설된 1920년 제1회 전조선야구대회라고 할 수 있다. 이때부터 횟수를 계산해 올해 96회째를 맞게 되었다.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처음에는 단일 종목이었다. 종합경기라고 할 수 있는 대회는 1925년 서울 동대문 운동장 건설 기념으로 마련된 조선신궁경기대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일본인들에 의해 조직되었기 때문에 실질적인 우리 민족의 종합체육대회라고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그 이후 1934년 조선체육회 창립 15주년 기념으로 열린 전조선종합경기대회가 효시라고 할 수 있겠다. 이를 시작으로 축구 야구 정구 농구 육상 등 5개이던 경기 종목은 해를 거듭할수록 추가되었고 규모는 점점 커져갔다. 경기 수준 역시 향상되어 많은 종목에서 일본팀을 제압하며 민족의 한을 풀기도 하였다.

독일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손기정 선수가 금메달을 딴 1936년을 전후로 2, 3년간 우리 선수들의 기량은 절정에 이르게 되었다. 이러한 분위기를 심상치 않게 여겼던 일제는 1938년 조선체육회를 강제 해산시켰고 전조선종합경기대회는 18회를 끝으로 중단되었다. 1945년 광복과 함께 조선체육회는 재조직되었고 전국체전의 부활을 알렸다.

그 이후 전국동계체전의 시초가 되는 빙상대회가 열리고 한때는 '조선올림픽대회'라 불리기도 하며 발전을 거듭했다. 또 1948년 정부 수립과 함께 오늘날 명칭인 전국체육대회로 고쳐지고 시·도 간 대항제로 되면서 개인의 명예뿐 아니라 내 고장의 명예를 위한 스포츠 제전이 되었다. 이때가 제29회 대회다. 1950년 한국전쟁으로 제31회 전국체전은 무산되었으나 전쟁 중인 1951년, 1952년에도 각각 광주와 서울에서 대회를 개최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하였다.

1972년에는 초·중등부가 분리되어 전국소년체전이 신설 개최되었고 각 시·도의 전국체전 개최가 활발해져 개최 도시의 지역 개발 및 현대화와 스포츠 대중화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이와 더불어 경기력에 있어서도 수많은 한국 신기록이 쏟아져 나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스포츠 요람으로서의 역할을 꾸준히 해왔다.

이것은 경기에 참여한 선수와 임원, 대회를 조직·운영하는 관계자만의 노력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우리 팀 선수가 승리했을 때 함께 기뻐해주고 패배했을 때 격려해 준 우리 고향의 주민들, 우리나라의 국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올해도 강릉을 비롯한 강원도 일원에서 부산 선수단을 비롯한 17개 시·도, 해외동포 선수단은 각자 소속팀의 명예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 부산시민들도 그들이 외롭게 그들만의 시합을 뛰지 않도록 우리 옛 선배들이 그랬듯이 함께 기뻐해주고 격려해 주었으면 좋겠다. 부산 선수단 파이팅!

동의대 레저스포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