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부산과학산업단지(강서구 지사동) 한복판에 540세대 규모의 행복주택 건립을 추진하면서 300여 입주업체가 사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행복주택 건립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파트 건립 이후 주민들이 제기할 각종 민원으로 공장이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그런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어 이들 업체는 행복주택 건립에 더욱 신경이 쓰인다.

행복주택 건립 예정지는 10m 도로를 사이에 두고 24시간 가동되는 프레스 페인트 공장 등에 둘러싸여 인근 공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소음 진동 분진 야간 조명 등으로 민원이 발생할 것이 확실시된다. 행복주택 건립 예정지 건너편에 조성된 5000여 세대 규모의 주거단지에서도 각종 민원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산단 한복판에 들어설 아파트 입주민과 업체들의 갈등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 업체들의 주장이다.

결국 민원 때문에 미리 터를 잡고 있던 공장들의 조업이 위축되거나 공장을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하는 '뻔한 결말'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지사산단 입주업체들의 이 같은 우려는 정관농공단지 등 다른 지역에서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업체들은 국토부와 부산시 등 행정기관에 사업 철회를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하고 있지만, 아직 명확한 답변은 없다. 행복주택이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라는 점에서 시와 국토부의 '눈치보기 행정'이 이어지고 있다.

업체들은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시가 업체들의 입장을 대변해 정부(국토부)에 사업 철회를 강력하게 요청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가 행복주택 건립 예정지 현장을 제대로 챙겼다면 주거지로 부적합한 산단 한가운데 납득하기 힘든 건축 승인이 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행복주택 건립 예정지와 10m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A업체의 대표는 "서울에서는 행복주택 건립에 따른 주변 집값 하락을 우려한 주민들 반대에도 사업을 철회하면서 부산시는 이처럼 '명백한 이유'가 있는 업체들의 주장에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면서 "행복주택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단지 대통령의 공약 사업이라는 이유로 명분도 실효성도 없는 행정을 계속 추진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업체들의 근심이 쌓여가지만, 시는 사태 해결에 손을 놓고 있다. 행복주택은 국토부가 추진하고 있는데, 시는 단지 관할 구역 내 행정적인 승인 절차만 책임진다는 식이다. 또 소음과 분진 등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한편 입주자 모집 시 주변 여건에 대한 충분한 고지를 통해 민원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현실성 없는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

상수원보호구역 내 공장 개축을 이끌어 내 지역최대 자동차부품기업인 S&T모티브의 역외 이전을 막고 오히려 역외에 있는 자회사를 부산으로 유치한 시의 강력한 규제 개혁 의지(본지 지난달 21일 자 1면 보도)는 어디로 갔나하는 생각마저 든다.

지난해 7월 서병수 시장 취임 이후 시는 일자리 확대를 시정의 최우선 과제로 두고 '기업하기 좋은 부산'을 강조하고 있다. 규제 완화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스매치 해소로 빈 일자리를 메우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기존에 만들어진 지역의 일자리를 지키는 것 역시 시가 외면해서는 안 될 책무다. 일자리 지키기는 지역기업이 외부 환경에 신경쓰지 않고 기업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에서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