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제주 추자도에서 월척 낚을 상상을 하며 들떠 있었다. 참돔 돌돔 등 고급어종이 잘 잡히는 곳이어서 낚시 좀 한다는 사람이 전국에서 모인다. 무더운 여름을 지나 가을 초입에 들어선 지난 4일 오후 '바사모(바다를 사랑하는 모임) 피싱클럽' 회원들은 부산 사상구 감전동에서 버스를 타고 다음 날 새벽 2시께 전남 해남군 남성항에 다다랐다. 날씨는 흐렸지만 출조하지 못할 만큼은 아니었다. 다른 지역 낚시꾼도 몇 명 와 있었다. 이들과 함께 추자도에 들어갔다. 남성항을 떠난 지 두 시간 만에 추자도 신양항에 도착했다. 우리는 추자도와 인근 섬에서 낚시에 빠져들었다. 오전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제법 큰 놈도 낚았다. 오늘은 뭔가 일을 낼 것 같았다. 그런데 점심을 먹고 나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저녁이 되자 빗방울이 굵어졌다. 비가 계속 내려 내일 배가 못 뜨면 월요일 출근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들었다. 회원들에게 의향을 물었더니 대부분 돌아가길 원했다. 선장에게 출발하자고 연락했다. 선장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좋다고 답했다. 

오후 7시 돌고래호 선장은 낚시꾼 20명을 태우고 해남을 향해 떠났다. 파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비도 더 많이 내렸다. 다들 추위에 지친 탓인지 배 안에서 눈을 감았다. 출발 후 20분이 지났을까. 파도가 세게 배를 치고 비가 더 많이 내렸다. 돌고래호와 같이 떠났던 돌고래1호 선장이 회항하자고 연락이 왔다. 돌고래호 선장이 전화를 받는 사이 배가 기우뚱하더니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뒤집힌 배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대부분 구명동의를 입지 않았다. 모두 배에서 정신없이 탈출했다. 정신을 차리니 배는 뒤집혔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다. 살려달라고 소리치는 사람이 많았다. 형·동생을 부르는 형제도 있었다. 수온은 섭씨 20도가 넘었지만 비가 와서 그런지 아주 차갑게 느껴졌다. 우리를 포함해 절반 정도가 뒤집힌 배를 붙잡았고, 일부는 바닷물 위에 떠 있었다.  선장은 배가 전복되면 해경이 브이 패스(V-Pass)를 살펴 조난 여부를 확인해 구조하러 온다고 말했다. 조금만 더 참자고 했다. 불안했지만 선장의 말을 믿었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멀리서 불빛이 보였다. 모두 목청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이상했다. 소리를 못 들은 것일까. 배는 우리가 있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그 뒤로는 칠흑 같은 어둠만 있었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뒤집힌 배에 올라탄 이들 중 물속으로 빠져드는 이들이 보였다. 선장이 손을 내밀었다. 선장도 같이 빨려들었다. 도와주려고 했지만 그럴 힘도 없었다. 떨어지지 않으려고 용을 썼더니 힘을 줄 수가 없었다. 마지막 세 사람이 남았다. 잠이 온다고 하자 누군가 뺨을 때렸다. 정신을 잃는 순간 죽음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동이 트면서 어선 하나가 우리 옆을 지나갔다. 마지막 힘을 다해 손을 흔들었다. 선장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어선에 올라타 선장이 주는 담요를 덮었다.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제 살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회원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상은 생존자와 목격자, 해경 보고서 등을 토대로 작성한 돌고래호 전복 사고의 전말이다. 생존자의 관점에서 필요한 부분은 내용을 조금 덧붙였다. 구조될 것으로 믿었던 18명 중 11명은 시신으로 발견됐고, 7명은 아직 차가운 바다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언제까지 우리는 이런 일을 겪어야 하나. 정부의 무능이 바닷속만큼 깊어 그 끝을 알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