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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사이비 을이 갑질하는 세상 /최원열

불량 국회의원들, 취업청탁 등 갑질

국민에 감동주고 대한민국 미래 열 카터같은 인물 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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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30대 부산청년의 자살 소식을 접한 이후 착잡한 마음이 추스러지질 않는다. 단순 자살이야 뉴스감도 아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사연이 짠하게 심금을 울린다. 지역명문대를 나와 보란듯이 사회에 나섰지만 낙방의 연속이었다. 입사에 연거푸 실패한 뒤 공무원 시험으로 눈을 돌렸지만 마찬가지. 가족을 대할 면목이 없어 그는 '상상 속 현실'을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시험에 합격했다고 선한(?) 거짓말을 시작한다. 임용 적체를 핑계삼아 놀다, 주민센터에 다닌다고 둘러댔다. 거짓이 거짓을 낳으며 눈덩이처럼 부풀려졌다. 하지만 낌새가 드러나자 자책과 압박에 못 이겨 극단적 선택을 하고야 말았다.

이야말로 명백한 청년고독사다.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데 무슨 고독사냐고? 천만의 말씀이다. 같은 둥지에 있으되 그는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철저한 외톨이였다. 그가 '벼랑끝 선택'을 한 극도의 불안 심리를 어찌 알 수 있으랴. 대화는커녕 위로도 받지 못한 채 나홀로 세계에 갇혀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했을 그 심정을. 졸업식이 실업식이 되고, 청년 난민이 돼야 하는 고장난 우리 사회의 처절하고도 우울한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미래가 어둡다고 판단하면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 있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위험한 선택도 마다하지 않게 된다. 심리학의 전망이론(prospect theory)은 대표적인 사례로 자살과 도박을 꼽는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삼포세대는 한국 미래에 짙게 드리운 어둠이다. 요즘은 여기에 내집 마련과 인간 관계, 꿈, 직장까지 더해 칠포세대로 불린다. 도미노의 시작은 취업이다. 이게 좌절되면서 인생 전체가 뒤틀려버린다. 생의 마침표를 찍을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희망의 사다리가 끊어진 사회에서 존재 가치는 의미가 없다. 청춘예찬은커녕 청춘절벽으로 시작하니 무슨 미련이 있을까.

상황이 이토록 절박한데 청년백수들의 염장을 지르는 추악한 갑질이 난무한다. 반칙과 특권 없는 사회를 침이 마르도록 외쳐대는 국민의 공복 국회의원들이 장본인이다. 나라의 기강을 어지럽히는 양심불량 정치인들은 자녀 취업청탁을 서슴지 않고 해댄다. "내 딸이 지원했는데…(그렇다고 봐주지는 마)", "최종 발표 전에 합격자를 미리 알려달라고 했을 뿐이다", "실력이 되면 들여다봐 달라." 그리곤 맹세코 청탁을 한 게 아니라며 정치생명을 걸겠단다. 그걸 믿으라고? 소가 웃을 일이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 안했다는 말과 다를 게 뭐있나.

그런 의원이 을지키기 단식까지 했다. 갑의 횡포를 근절하고,을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며. 농수산위 소속이면서 버젓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쌀을 출시한 여성의원도 있다. 청년 고용을 목청껏 외치더니 입법보조원에게 무급 '열정페이'를 내건 경우는 또 어떤가. 그러지 말고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나서 열정페이로 조국에 봉사하는 게 어떨까 싶다. 그뿐만 아니다. 노래 한 곡 부르면 예산 100억 원을 배정해주겠다고 한 의원의 슈퍼갑질은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다. 뇌물 수수와 성폭행 등등 온갖 몹쓸 짓을 다한다. 참으로 불량한 '사이비 을'들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한 심포지엄에서 말했다. 자녀들에 대해 뼈에 사무치도록 인성교육을 해야 한다고. 틀린 말은 아니나 순서가 잘못됐다. 먼저 국회의원들에게 올바른 정치인 정신을 '뼈저리게' 가르쳐야 한다. 사이비 을이 난장판을 치고 있는데 자식 탓이나 해서야 말이 안 된다.

막스 베버는 정치인의 삶을 두 부류로 나눴다. 정치를 위해 사는 것과 정치에 의존해 사는 방식. 후자가 문제다. 이들은 소명의식도 없이 눈앞의 이익을 취하느라 정치판을 더럽히는 존재다. 이익의 사유화로 손실의 사회화를 꾀하는 해충들이다. 베버가 정치인의 자질로 꼽은 열정과 책임감, 그리고 균형감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이들에게 신념과 책임감을 요구하는 자체가 무리다. 그들의 행태는 비도덕적이고 비민주적이며, 반사회적이다. 기회균등의 차원에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위다."인사청탁하면 패가망신시키겠다"고 일갈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립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전 세계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암이 전이돼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그가 보여준 자세는 의연했고 감동적이었다. 그는 "4년 임기를 더 맡는 것과 카터센터 중 하나를 고르라면 난 두말없이 카터센터를 고르겠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멋진 인생 고별인사는 정치 거인의 풍모와 품위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그는 정치인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준 귀감이었다.

사이비 을이 진정 '정치를 위한' 삶을 살 때 대한민국의 미래가 열릴 것이다. 4대 개혁과 '위대한 여정, 새로운 도약'은 양심이 살아야 가능하다. 명예는 밖에 나타난 양심이며, 양심은 안에 잠기는 명예임을 왜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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