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돈보다 사람이 먼저다 /최원열

베이비부머 은퇴 이후 청년실업만큼 절박

노년층 일자리 배려, 상생사회 가는 티켓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12년 전 바로 이맘때 프랑스는 엄청난 재앙을 맞았다. 살인 폭염이  덮치면서 떼죽음 사태가 벌어졌던 것이다. 특히 노령층  피해는 상상을 초월했다. 75세 이상 노인만 1만 명 이상 목숨을 잃었다. 파리 병원들의 안치소가 모자라 시신 썩는 냄새가 진동할 정도였다. 그것은 결코 가정의 비극이 아니었다. 나라의 참극이었다. 원인은 간단했다.  젊은이들이 부모를 놔두고 바캉스를 떠났기 때문이다.

당시 '르 피가로'는 프랑스의 야만이라 절규했다. 보너스와 휴가지상주의에 젖어 있던 파리지앵들은 가족들이 찾아가지 않는 노인 시신이 무더기로 방치되고 있는 현실을 목도했다. 그제서야 자신들이 저지른 짓을 뼈저리게 반성한다. '우리는 아버지와 어머니,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잊었다'고 말이다.

현대판 고려장이 어찌 양의 동서를 가릴까. 30여 년 전 칸영화제 그랑프리작 '나라야마 부시코'는 처자식을 먹여살리기 위해 노모를 산에 버린다는 불효의 극치를 그려냈다. 흉작을 견디다 못한 아들이 노모를 업고 산에 오른다. 소풍을 가는 게 아니다. 버리기 위해서다. 노모는 단단히  다짐을 받는다. "아무 말도 하지 마라. 내려놓은 뒤 뒤돌아 보지 말고 가라. 아무도 못 보는 새벽에 출발하자"고. 죽음을 향하는 길에서도 노모는 아들의 상처를 동여매주고, 배고플세라 도시락을 챙겨먹인다. 눈물없이는 견딜 수 없는 장면이다.

요즘이라고 다를 바 무에 있겠나. 버리는 장소가 산에서 요양시설로 달라졌을 뿐. 이 땅의 노인들은 서럽다. 사회로부터 팽당하면서 느끼는 고달픔과 박탈감이 오죽할까. 존엄한 삶은 찾아보기 힘들다. 노후의 꿈은 온데간데없고, 메마르고 삭막한 현실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길에서 차에 치여 죽는 사람보다 자살을 택하는 이들이 많아진 현실을 보라. 우리 사회는 이들을 사회적 자산으로 여기지 않는다. 귀찮은 짐으로 여긴 지 오래다. 그러니 배려도 사라질 밖에. 청년 실업에 못지 않은 노년 절벽이 우리나라 전체를 옥죄고 있다.

정부가 고용빙하기에 신음하는 젊은이들을 위해 대대적인 취업 대책을 내놨다. 청년 실업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배가 넘는 상황이니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더구나 내년부터 법적 정년이 60세로 늘어나면 절벽이 철벽으로 변할 수도 있다. 저성장 악순환 고리를 지금 끊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는 절박한 인식은 당연하다. 하지만  은퇴 난민들은 어찌할 겐가.

'베이비부머' 세대를 포함한 중년은 늙음과 인생 한계를 깨닫게 되는 연령대다. 벌써 의식주 해결이 힘들어진다. 이들이 나이를 먹으면 사회갈등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빈곤이 멸시와 고독을 낳는 절망 인생의 대량 양산이 시작된 셈이다. 장수사회에 접어들면서 우리는 중요한 걸 잃어 버렸다. 인간 가치, 다시 말해 돈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사실을 까먹었다. 그들은 굶어죽지 않을 만큼 도와주는 '결과의 평등'을 원하는 게 아니다. 열심히 일하면 품위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기회의 평등'을 바라는데  주위의 차가운 눈길이 쏟아지면서 그게 결코 쉽지 않다. 

'삼식(三食)이'란 유행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퇴직 후 집에서 하루 세 끼를 꼬박 챙겨먹는 중·노년층 남성이 불쌍해 보이는가. 천만에. 그 정도면 편한 팔자다. 어쩌면 선택받은 삶일지도 모른다. 미래에는 삼식이가 확 줄어들 수밖에 없으니까. 빈곤한 살림살이에 뭐든 나가서 밥벌이를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연명하기조차  힘든 시대가 눈앞에 성큼 닥쳐왔기 때문이다.

'삶은 곧 일이다'. 미래사회의 생존전략이 아닐까 한다. 그건 단순히 원하는 희망적 담론이 아니다.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하는 당위론적 명제다. 은퇴는 숙명이지만, 그 결과는 소득 감소와 사회 단절을 초래한다. 그런데도 살아갈 날은 길어지니 바로 이 미스매치가 미래 불안의 핵심이다. 노인 노동권이 중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10년 후 중요 이슈로 저출산과 초고령을 꼽은 정부가 당장 덤벼들어야 할 초미의 과제다.

노년층을 위한 일자리 배려는 우리 사회의 갈등 해소책이기도 하다. 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준다면 대한민국이 갈등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선진복지국가로 진입하는 문턱을 넘을 수도 있다. 노인 취업이 노동 가치를 뛰어넘어 상생 사회로 가는 티켓을 쥘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최근 서울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CCTV 대신 경비원 고용을 유지하기로 한 결정은 희망적이다. 입주민들은 연간 8억 원 절감이라는 장점을 과감히 내쳤다. CCTV가 사후 대비용에 불과하며 결코 만능 지킴이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사람 냄새 풍기는 노인경비원들을 택했다. '현대판 머슴' 취급 당하며 온갖 욕설과 폭력, 잡무에 시달리는 이들을 배려해 준 이웃이 고마울 따름이다. 고용 약자이자 사회 약자인 노인들을 우리가 잘 돌봐주는 것이 인간 가치 회복의 길이 아닐까.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주말 동안 강풍예고…"안전사고 유의해야"
  2. 2부산 코로나19 신규 확진 5명
  3. 3부산 국민의힘 공동선대본부 출범
  4. 4정익진의 무비셰프 <10> 이자벨 아자니
  5. 5미국 2월 일자리 38만개↑…고용시장 회복 '가속화'
  6. 6이낙연, 첫 예능 출연해 아이들과 소통
  7. 7백신 이상 반응 1300여 건 늘어…추가 사망자는 0
  8. 86일 신규 확진자 418명…"여전히 살얼음판"
  9. 9부산시장 보선 후보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최종 확정
  10. 10미얀마 군부 사건 조작 위해 시신 도굴까지
  1. 1부산 국민의힘 공동선대본부 출범
  2. 2이낙연, 첫 예능 출연해 아이들과 소통
  3. 3부산시장 보선 후보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최종 확정
  4. 4경부선 지하화 국가사업 된다…월드엑스포 전 완공될 듯
  5. 5박성훈 ‘신인 돌풍’ 2위 저력, 이언주는 단일화로 마이너스
  6. 6“난 시민이 원한 합리적 지도자…정권교체 발판 될 것”
  7. 7김영춘은 야당 때리기, 변성완·박인영은 당원결집 목청
  8. 8김영춘 본선 직행이냐, 결선투표냐…변성완 뒷심 관건
  9. 9후보단일화·네거티브에도 굳건했던 박형준 독주
  10. 10신임 민정수석 김진국
  1. 14배로 끌어올린 사업속도…난개발 없는 해양문화 거점 고민
  2. 2부산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 약보합세
  3. 3쿠팡처럼…앞으론 택배 이틀 안에 받는다
  4. 4다시 돌아온 골프 시즌…유통가 ‘골린이’용품 봄 대전 티샷
  5. 5연금 복권 720 제44회
  6. 6“가덕신공항, 부산경제 도약 마중물 될 것”
  7. 7가전 매장에 놀이터·체험존 넣었더니 매출 배 이상 ‘껑충’
  8. 8부산상의 의원 출마자 “사무처, 선거 공정하게 관리해야”
  9. 9동부산 이케아, 글로벌 친환경 빌딩 인증
  10. 10[브리핑] 부산 남구 등 스마트솔루션 사업
  1. 1부산 주말 동안 강풍예고…"안전사고 유의해야"
  2. 2부산 코로나19 신규 확진 5명
  3. 3백신 이상 반응 1300여 건 늘어…추가 사망자는 0
  4. 46일 신규 확진자 418명…"여전히 살얼음판"
  5. 5오는 9일부터 새 감염병예방법 시행...위반시 가중처벌
  6. 6금융기관 사칭해 스마트폰 4만 대 해킹 포착...보완 관리 만전 기해야
  7. 7‘수정아파트’ 정체불명 재개발 추진위도 등장…피해주의보
  8. 8양산 물금역 KTX 정차 이번엔 성사되나
  9. 9부산대 개학하자마자 ‘코로나 홍역’…학사일정 혼선
  10. 10사상구 오피스텔 화재로 주민 대피 소동…의류 전기건조기에서 화재
  1. 1이대호·손아섭·민병헌 39억 깎았더니, 거인 연봉순위 8위(작년엔 1위) 추락
  2. 2체육단체장으로부터 듣는다 <7> 정신 부산야구소프트볼협회장
  3. 3‘고수를 찾아서 2’ 부산 유일 국궁 9단 명궁 장오현
  4. 4교체 출전 황희찬 6개월 만에 골 맛
  5. 5김광현 첫 시범경기 4실점 부진
  6. 6박세웅 150㎞ 직구·나승엽 안타…롯데 첫 단추 잘 뀄다
  7. 7호날두 12시즌 연속 정규리그 20골 고지
  8. 8도쿄올림픽 개최 가능성에 국가대표 우선 접종 추진
  9. 9부산시체육회 강영서 국제스키연맹 회전 부문 준우승
  10. 10“득점 과정 중시하는 감독님, 이겼는데 꾸짖어 많이 배워”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릴레이 인터뷰
진보당 노정현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릴레이 인터뷰
국민의힘 이언주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융합의 시대’를 진정으로 지향하려면
축소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선택
기고 [전체보기]
MICE, ‘사회적 가치’로의 진화 /이태식
세계선도국가로 가는 키워드 ‘지방분권’ /김우룡
기자수첩 [전체보기]
불편한 목소리에 침묵…부산시교육감 소통 나서야 /김화영
서장 관사 내 수상한 돈·황금 출처 제대로 밝혀라 /이준영
김석환 칼럼 [전체보기]
‘능력주의’와 ‘예타만능’이라는 거짓말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해 뜨는 아침, 겨울 산의 속살을 보라
정치적이기엔 너무도 문명적인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옛것에서 발견하는 변용
관현맹인과 여악의 전통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2+1 책임제’ 족쇄로 안 남으려면 /유정환
‘신산업 도시 부산’의 필요조건 /이석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코리안 허브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가을의 시간을 맞으며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어묵의 별칭 ‘간또’
목포 ‘중깐’의 딜레마
사설 [전체보기]
윤석열 총장 사퇴…소모적 갈등 더는 이어지지 않길
백신 접종 과도한 불안 없도록 치밀하게 대처해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청년기본소득’ 용납해선 안 되는 이유
공유경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비핵평화, 중단없이 가야 할 길
한반도 비핵화는 어떻게 되나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최고의 기쁜 날
퇴폐미술의 낙인
이제명 칼럼 [전체보기]
탄소중립 어젠다의 가치와 미래
이홍 칼럼 [전체보기]
반기업정서 극복을 위한 싹이 텄다
카리스마에 대한 오해
장병윤 칼럼 [전체보기]
알바트로스, 오 알바트로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그 많은 낙하산 사라질까
1년짜리 부산시장 안 되려면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강 건너 봄이 오듯
불멸의 연인
차재원 칼럼 [전체보기]
시장 보선 이후가 걱정되는 이유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그 날을 기다리며
겨울나기
특별기고 [전체보기]
신공항 특별법 여론조사, 부정응답 유도한 질문들 /강경태
같이 잘 살되 올바르게 잘 사는 ‘노나메기’ 세상으로 /이청산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김정희의 ‘세한도’ 열풍
김홍도의 ‘논을 가는 소’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