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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지방자치의 적은 지방이다 /김찬석

홍준표-안상수 갈등, 중앙집권적 사고 잔재…지방자치는 뒷전으로

중앙정부 탓만 하지말고 자치단체·의회 분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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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내부에 있다'는 말은 우리나라 지방자치에도 유효하다. 올해 성년을 맞은 지방자치는 중앙정부에 대해 자치입법, 자주재정, 자주조직권 등 성인에 걸맞은 권한 이양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지방자치의 주적(主敵)은 어디까지나 권한 이양에 소극적인 중앙정부로 간주돼 왔다. 그렇다고 지방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중앙정부라고 하는 더 큰 외부의 적에 가려져 있을 뿐이다.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안상수 창원시장의 갈등 사태는 지방자치가 내부의 적에 의해 어떻게 위기에 빠지는가를 보여준다.

사태의 직접적 단초는 마산로봇랜드 민간사업자 교체를 둘러싼 과정에서의 이견이다. 안 시장은 창원시의 견해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로봇랜드 사업에 참여한 경남도직원을 겨냥해 "이런 경우가 또 발생하면 문책하겠다"고 창원시청 간부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이에 홍 지사가 "도 직원을 대기업에 특혜를 준 것처럼 발표하고 문책 운운하며 도 전체 직원을 모욕했다. 일개 창원시장이…"라며 앞으로 창원시와는 공동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나아가 "되지도 않을 광역시 승격 문제를 가지고 정치놀음 하지 말라"며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창원시의 광역시 승격 운동까지 거론했다.

홍 지사나 안 시장의 발언은 광역·기초단체장이 지방자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격이다. 창원시장이 경남도지사보다 한참 아래라는 관선시대 중앙집권적 사고가 깔려 있다. 타 지자체 직원에 대해 문책 운운한 것 역시 월권에 가깝다. 대등한 지자체로서의 상호존중은 찾아보기 어렵다. 두 사람 모두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중앙무대 정치인 출신인 탓인지 경남도와 창원시라는 광역·준광역 지자체조차 정쟁의 도구로 활용하는 느낌이다.

창원은 '일개'라고 하기엔 너무 크다. 인구는 109만 명으로 울산광역시(119만 명)에 근접했다. 면적은 서울보다 넓고, 지역내총생산(GRDP)은 강원도보다 많으며, 수출액은 부산을 능가한다. 통합창원시 출범 이후 처음 치러진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대표 출신인 안 시장이 후보로 출마하자 하향지원이 심하지 않느냐는 세간의 지적이 있었지만 창원시의 실질적 위상을 고려하면 적어도 터무니없는 판단은 아니었던 셈이다. 그런 창원을 '일개'로 표현한다면 경남의 다른 기초지자체에 대한 홍 지사의 시각은 어떨지 짐작할 수 있다.

'되지도 않을' 광역시라는 것도 그렇다. 창원이 아무리 광역시 승격을 외쳐봐야 경남도는 찬성할 수 없다는 뜻이다. 2000년대 초반 수원시가 광역시 승격을 강력하게 추진했었다. 당시 임창렬 경기도지사는 수원에 있는 경기도청을 용인이나 과천으로 이전하겠다며 압박해 수원시로부터 항복을 받아냈다. 수원의 광역시 승격 운동이 중앙정부가 아니라 경기도에 의해 일찌감치 좌절됐듯이 창원의 광역시 승격 운동 또한 경남도의 반대가 첫 관문이라는 사실이 우리 지방자치의 어정쩡한 현주소를 상징한다.

지방자치 내부의 적은 광역·기초단체장만이 아니다. 자치단체와 자치의회 역시 내부의 적이라는 점은 지방분권부산연대가 시민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22일 발표한 '지방자치 20년의 성과와 발전방향'이라는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구·군의회 의정활동'에 대해 '부정적'(36.5%) 의견이 '긍정적'(19.9%) 의견보다 월등히 높았고, '광역의회 의정활동' 역시 '부정적'(40.3%)이 '긍정적'(32%)을 앞섰다. '부산시 행정에 시민의사가 잘 반영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부정적'(40.2%) 의견이 '긍정적'(19.3%) 평가를 압도했다. 믿기지 않겠지만 이것이 성년 지방자치의 현실이다.

자치단체·의회가 이처럼 부정적 평가를 받는 원인은 중앙정부에 의한 자치권의 제한 등 외부적 요인만이 아니다.
경남 산청군의회는 지난 5월 27일 무상급식 의무조례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가 6월 24일 재의를 통해 이를 부결시켰다. 대신 경남도가 추진하는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 조례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무상급식이 옳으냐,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이 옳으냐는 문제는 제쳐두고 어떻게 자치의회가 스스로 제정했던 조례를 불과 한달 만에 뒤집느냐는 것이다.

양산시는 지난 5월 시의회 의사국장(4급)과 전문위원(5급)을 시 기획예산담당관실(5급)에 무보직으로 전격 발령냈다. 이른바 '강민호 야구장' 건립 사업 예산이 시의회 에서 전액 삭감된 불만을 시의회 사무처 직원에 대한 상식 이하의 인사로 표출한 것이다.

자치단체와 자치의회의 즉흥적, 감정적 일처리는 지방자치의 위상을 스스로 갉아먹는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에 대해서만 권한을 달라고 목소리를 높일 것이 아니다. 중앙정부에게로만 책임을 돌리면 분권연대의 여론조사 결과는 매년 되풀이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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