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이달부터 60일간 동해남부선 폐선부지에 대한 민간개발 사업 주관자 공모에 들어간다. 해운대 미포~옛 송정역 4.8㎞ 구간을 시민공원으로 만들자는 시민들의 바람을 묵살하고 사실상 상업개발을 본격화하는 셈이다. 개발을 감시할 시민계획단 라운드 테이블을 유지하고 상업성을 최대한 배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수정된 사업자 공모안을 제시하는 조건이다. 용역자문 기구나 다름없는 라운드 테이블을 들러리로 세우고 개발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이다. 반대여론에 대한 최소한의 성의도 없는 이런 방침은 누가 봐도 수긍할 수 없다.

그동안 우리는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상업개발의 부당성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부산시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이런 시민들의 반대 여론에 대해 일말의 진정한 고민도 보여준 적이 없다. 모든 계획이 개발에 맞춰 일사천리로 진행돼 왔다. 폐선부지가 국민의 재산이라면 어떻게 보존하고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공론의 장은 충분히 마련돼야 한다. 우리는 폐선부지 보존의 가치에 대한 범시민토론 한 번 제대로 열지 못하고 상업개발을 강행하겠다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상업개발을 위한 전제로 내세운 라운드 테이블 유지와 수정된 사업자 공모안도 설득력이 없다. 폐선부지 활용을 위해 모두 3번의 라운드 테이블이 열렸지만 시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시민계획단 위원들이 개발 성향에 치우쳐 있는 데다 의사결정 방식도 명확하지 않아 객관적 논의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수정된 사업자 공모안도 실현 가능성과 동떨어진 추상적 용어 일색이다.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활용에 대해서는 백지상태에서 다시 논의하는 것이 옳다. 미포~송정 폐선부지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길이다. 또 건설한 지 80년이 넘은 근대문화유산이기도 하다. 관광자원 개발과 근대문화유산 발굴에 심혈을 기울이는 부산시가 이런 천혜의 자원을 상업개발로 사장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상업개발을 전제로 한 라운드 테이블, 자연친화적 공모조건은 의미가 없다. 시와 철도시설공단은 폐선부지를 이렇게 졸속 개발하고도 그 책임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