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해남부선 옛 철길 활용방안에 대해 한 시민이 본지에 한 통의 편지를 보내왔다. 부산 해운대구 좌동순환로에 사는 S 씨로 '시는 옛 철길 활용에 대한 시민 의견을 제대로 알라'는 내용이다.

그는 해운대에서 30년을 살고 있다고 한다. 특히 미포~송정 구간은 바다와 접해 경관이 뛰어나고 숲으로 우거져 아름다운 곳이라고 소개했다. 이를 훼손하고 대형 구조물을 세워 스카이 라이더 같은 상업시설을 넣은 것은 이 지역의 아름다움을 해치는 것이라는 뜻도 전달했다. 개발 이익에 대한 일침도 가했다. 관광시설을 넣으면 지역경제가 발전한다고 하지만 이는 일부 단체나 주변 상인에 해당하지 전체적인 지역 경제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그는 끝으로 '보고 싶고' '걷고 싶고' '머무르고 싶은' 관광도시가 되는 것은 풍요로운 자연경관을 제대로 살릴 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서병수 부산시장의 SNS에서는 아직도 동해남부선 옛 철길 활용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본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후보 시절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15번이나 동해남부선을 언급하며 상업 개발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지난달 29일 본지 보도가 나간 후에도 동해남부선은 시장의 관심 밖이다. 메르스가 창궐한 이달에는 온통 메르스 글이다. 본지 보도가 나간 후 메르스가 널리 퍼지기 전까지 내용을 보면 문화 진흥과 도로명 주소 제대로 알기 등이 있고, 중국 출장을 다녀온 글도 보인다. 확실히 동해남부선은 시장과 거리가 멀다.

서 시장은 지난해 후보 시절 시청 출입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동해남부선 옛 철길에 도로를 내면 어떻겠느냐의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심각한 해운대 교통난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것이 진정으로 시민을 위한 활용 방안일 수 있다고 소개했다. 가볍게 던진 말이라도 그의 시각에 적잖이 놀랐다. 이랬던 그가 시장이 됐다.

서병수 시장은 동해남부선 옛 철길 같은 대형 의제에 대해 전임 허남식 시장과 그 모습이 다르다. 허 전 시장이 대형 인프라 공사를 많이 해 '토건 시장'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받았지만 시민공원만은 지켜냈다. 당시 미군으로부터 47만3000여㎡에 달하는 거대한 땅을 받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허 전 시장의 말을 빌리면 당시 이곳에 아파트를 지으려는 압력도 있었다고 한다. 이를 지켜낸 것은 시민과 소통을 게을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훌륭한 전통이 있는데 왜 서 시장은 동해남부선에 대해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는 것일까. 혹시 옛 철길 상업개발사업자에 지역 방송사와 신문사가 참여해서인가.

지난해 6월 퇴임을 앞둔 허 시장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재임 기간 무엇이 가장 기억에 남느냐고 물었더니 시민공원을 꼽았다. "처음에는 나도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민이 힘을 보태니 불가능이 없었다"는 말이 아직도 귓전에 생생하다.

광주에는 경전선 옛 철길을 '푸른길공원'으로 조성한 훌륭한 사례가 있다. 부산시는 7.9㎞에 달하는 옛 철길을 아름다운 도심 속 공원으로 조성한 광주시의 사례를 배울 의향은 없는지 묻고 싶다. 무려 10년간 시민이 땅을 사고, 나무를 심으면서 옛 철길에 전례가 없는 멋진 공원을 만들었다. 시민은 벤치를 기증하고 기념정원 조성에도 나섰다. 공원으로 결정하기까지 광주시민도 3년간 극심한 갈등을 겪었지만 다양하면서도 꾸준히 의견을 모았다. 길은 찾으려고 하면 얼마든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