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국제시장'이라는 영화가 공전의 기록을 달성하며 우리 사회에 많은 화두를 던졌다. 부산 원도심에 위치해 부산 시민과 애환을 함께한 국제시장은 영화의 흥행 덕분에 관광객 발길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부산 중심축이 동부산 쪽으로 이동하면서 원도심이 낙후된 채 인구마저 줄어드는 모습이 안타까웠던 차에 반가운 일이다.
이처럼 살가운 우리 옆 동네라는 애착 이외에도 영화 '국제시장'의 흥행은 우리에게 많은 점을 상기시킨다. 먼저 70년에 이르는 분단의 기억으로서 국제시장을 재조명했다는 점이다. 남북이 나뉘고, 극단적인 체제 대립으로 서로 오가지 못하게 된 지 오래되고 보니, 전후 세대에게는 분단된 현재가 당연시되고 있다. 정부와 학교는 현대사 교육이나 통일 교육이란 체제하에 분단의 역사와 통일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있다. 하지만 특히 세대가 흐를수록 나와는 관계 없는 일로 정규 과목에 반영되는 시험만 아니라면 그다지 관심을 둘 이유가 없는 영역으로 전락하고 있다.
청년층 설문에서 통일의 필요성보다 비용 걱정이 앞서거나, 통일된 한국을 더 걱정하는 현상을 두고 탓만 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대학 교양 교과에서 6·25 전쟁이 발발한 연도를 물으면 오답이 과반수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누군가의 과장이라 생각했으나, 이제는 '그럴 수도 있겠다' 혹은 '그렇게 되어 가는 것이다'라고 여겨진다.
박근혜 정부가 집권 초기 '통일대박론'이라는 파격적인 용어를 언급했을 때, 이에 관한 논란이 가열된 적이 있다. '대박'이란 용어는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단어라거나, 방법이 구체적이지 않아 누구에게 어떤 이익이 대박이라는 것인가 등 반문이 오고 갔다. 정부는 남북한이 통일함으로써 국민 모두에게 돌아가는 이익을 설명하기 위해, 안보 긴장의 해소 비용에서부터 경제적 이익, 휴전선 인근 그린존 활용, 북한이 전환경제 체제에 본격적으로 나설 때 남북한 협력의 시너지 효과 등 다양한 '대박 이익'을 근거로 제시해 왔다.
하지만 21세기 정치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설득'이 아닌 '공감'이다. 통일을 추진하는 과정 전후를 통한 남북경협, 안보비용 최소화 등은 관련된 전문가가 아닌 이상 체감하며 공감하기에 쉽지 않다. 5월 넷째 주는 통일교육 주간이며, 6월은 호국 보훈의 달이다. 이러한 기념 주간을 정해 초·중·고교에서 학교 강당에 학생을 모아두고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교육과정이 없어져서는 안 되겠으나, 더 신나는 통일 교육, 공감하는 분단 역사 교육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내 주변에서 지나다니며 보아왔던 국제시장이 번잡하고, 친구들과 돌아다니기에 재미있던 장소에서 분단 시기 이러이러한 이야기를 지니고 있던 장소라는 사실을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을 끌어당긴다. 분단의 기억과 통일 교육은 이처럼 내가 사는 장소에 이야기 해설만 더해도 공감하여 마음을 열 수 있다. 장소성을 극복하고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해 어려서부터 공감하는 통일, 통일 교육이 모두에게 대박 이익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통일 교육을 위해 접근 방식이나 교육 방법에서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공감하는 통일 교육 속에서 학생은 나와 다른 세대, 나와 다른 공간의 북한 주민, 나와 다른 체제, 문화, 관습 속의 사람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배려하는 학습을 받아야 한다. 더불어 분단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는 물론이고, 현재의 북한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 등 다양한 학문 분야를 넘나드는 지식 습득과 전향적인 학습 태도가 필요하다.
이러한 영역을 '통일영재교육' 분야로 지정해 육성할 수 있도록 정부에 정책적 고려를 제안한다. 현재 기초교육 영역에서는 영어, 수학, 과학, 스포츠 등 특정 영역이 영재교육 분야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통일은 국제정치 분야에서 매우 주요한 이슈이나 실제 통일 과정의 국가나 사회에서 통일 교육의 현장을 체험할 기회는 현재 한반도 이외에는 없다.
'통일영재' 분야 교육은 현재 시행되고 있으며, 개발 계획 아래 있는 여러 통일 관련 교육, 행사, 체험 캠프 등에서 가능할 것이다. 전국 대학생 통일한국 모의 국무회의 경연대회나 분단의 기억이 새겨진 지역 내 장소들로 구성된 통일캠프, 초·중·고교 대상 통일미술전이나 통일웅변대회, 통일이라는 주제로 각국 유학생이 참여하는 통일 비정상회담 등 재미있게 공감할 여러 프로그램을 찾을 수 있다. 또한, 증가하는 북한이탈주민 청소년도 통일영재교육 대상이라 하겠다. 통일 스펙을 쌓을 수 있는 여러 동인을 제공해 '통일은 내 삶의 대박'이라는 생각에 공감하도록 해야 한다.
동아대 국제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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