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은 대통령의 정직한 목소리를 듣기 원하며 진솔한 말씀을 직접해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초·재선 의원 모인 '아침소리'에서도 "일련의 사태에 대해 대통령께서 대국민 설명과 함께 필요하면 대국민 사과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미 4개국 순방 외교를 마치고 돌아오기 무섭게 박근혜 대통령에 쏟아지는 매우 이례적인 집권여당의 주문이다. 소위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멈춰선 정국 정상화는 결국 대통령에 달렸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주장들이 분출되는 것은 그만큼 국정을 책임진 집권여당의 위기감의 발로로 보인다. 물론 당장 코앞 4·29재·보선도 염두에 뒀을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박 대통령이 순방일정에 따른 강행군으로 건강이 악화돼 최소 하루 이틀 절대 안정이 필요하다는 입장만 대변인 이름으로 내놓았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입장 표명이 다소 미뤄질 공산이 크다.
박 대통령은 주요 사안에 대해 늘 말을 아껴 국민과 멀어졌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도 그렇다. 국무회의 '책상머리' 사과에 이어 사고 34일 후 다시 대국민담화 사과 자리를 가졌지만 여론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번 사건은 총리와 전·현직 비서실장 3명 등 실세 8명이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초대형 정치스캔들이다. 이로 인해 총리까지 직을 내놓았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으로선 국민에게 사과든 해명이든 해야하는 게 도리다. 사건 수사와 관련, 현 검찰 수사팀의 공정성 제고 방안이나 특검 여부 등에 대해서도 분명한 언급이 필요하다.
후임 총리 인선도 늦출 수 없는 사안이다. 이 정부 들어 총리 지명보다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 여부가 더 관심사가 되는 국정 낭비는 더는 없어야 한다. '수첩'인사로 통하는 내 사람만 고집하지 말고 도덕성에다 경륜을 갖춘 인물을 찾는다면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 지명에서 인준 절차 등을 따지면 한 달 가량이 소요된다. 한시바삐 참신한 인사로 흐트러진 국정을 다잡을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