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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반둥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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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4월 인도네시아 반둥에 아시아 아프리카 29개국 정상이 모였다. 비백인 국가만으로 이루어진 첫 국제회의. 이들은 이 자리에서 수세기에 걸친 서구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의 완전한 종식을 선언했다. 냉전 상황에서 미국 자본주의와 소련 사회주의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제3세계'의 등장이다.

29개국 가운데 특이한 존재가 중국과 일본이다. 양국은 1931년 만주사변에서 태평양전쟁에 이르기까지 총부리를 겨눈 사이. 반둥회의에서 불편하게도 자리를 함께했다.

일본은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이자 서구 제국주의를 흉내낸 아시아 유일의 제국주의 국가였다. 반둥회의에서 규탄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했다. 그런데도 초대 받았다. 반둥회의를 주도한 인도네시아와 인도가 일본의 참석을 요구했기 때문.

일본이 태평양전쟁 당시 싱가포르에 수립된 자유인도임시정부를 후원했고, 전후 인도네시아에 있던 일본군 포로 3000여 명이 인도네시아 독립을 위해 네덜란드와 싸웠던 공적(?)을 인정한 것이다.

어쨌거나 반둥회의에 참석한 일본의 위상은 참으로 어정쩡하다. 영국 리즈대 정치경제학자 암피아 퀘쿠 교수가 '쥐들의 회의에 간 고양이(The cat goes to mice's convention)'로 묘사한 그대로다.

일본으로서는 반둥회의의 효과가 컸다. 이듬해인 1956년 12월 아시아아프리카 국가들의 후원에 힘입어 국제연합(UN)에 가입했다. 같은 패전국가인 동·서독이 1973년에야 동시가입한 것과 비교된다.

그로부터 60년이 지난 2015년 4월 일본은 반둥회의에서 또다시 외교적 수확을 거두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시진핑 중국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것이다. 아베가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죄없이 전쟁 자체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고 했는데도 시 주석은 웃는 얼굴로 양국 관계 개선에 합의했다.

한국은 1955년 반둥회의에 초대받지 못했다. 중국이 반대했다. 60주년 반둥회의는 박근혜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을 이유로 황우여 부총리가 대신 참석하면서 중국 일본과 격이 맞지 않게 됐다. 중일이 화해의 악수를 나누는 장면을 머쓱하게 지켜봐야만 했다.

지금 아시아는 중일의 각축장이다. 일본 주도의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맞서 중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이 목전이다. 그런 시점에서 시진핑과 아베의 참석 자체가 이번 반둥회의의 최대 화제였다.

반둥회의는 60년의 간격을 두고 우리 외교의 실패를 상징하는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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