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기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인 것,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뿌리치는 모험심을 의미하는 것'. 사무엘 울만이 78세에 쓴 시의 일부입니다. 누구에게나 청춘은 있습니다. 불편하면 좀 어때? 케 세라 세라, 난 내 멋대로 될 거야, 두려워하지 않는 들끓어서 멋있는 청춘이 있는가하면, 반대로 지극해서 멋있는 청춘이 있습니다. 즉 씩씩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오르는 정열이 바로 이런 것. 결론은 청춘은 연령을 구분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젊어 꽃다운 시절이 인생의 전환점이었다면 이 전환점에서 지금까지 이상을 잃어버리지 않고 무언가를 추구하는 삶이었다면 지금이 바로 청춘일 수 있습니다. 청춘은 인생의 특정한 젊은 시기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 즉 삶을 대하는 마음자세에 달렸다는 의미입니다. 푸르러서 빛나는 것만이 청춘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때로는 스무 살의 청년보다 예순이 더 청춘인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강인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는 열정을 가졌다면 늙음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청춘은 면목이 아니라 마음가짐입니다. 그 마음가짐이 본래 면목입니다.
'아직 청춘이야'란 말을 나는 썩 듣기 좋아합니다. 이 말 속에는 단아함과 넘치는 에너지와 자연스러움 그리고 구태의연을 환기시키는 생명력까지 담겨져 있습니다. 나를 작은 상자에 가두지 않는 지순한 숭고함입니다. 지독한 자괴감에 빠져 지낸 시간들을 잊게 해주고 설레는 마음을 갖게 해주는 마음의 빨간약인 셈입니다. 청춘, 청춘의 시작은 이제부터일 수도 있습니다. 얼마나 소슬한 말입니까. 지나갔을 법한 당신의 가장 화려한 화양연화의 시절이 알고 보면 지금일 수 있습니다. 아니 아직 시작도 못했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아직 최고의 순간은 오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등 뒤에서, 빛나는 나를 살아있게 하는 청춘, 인간임을 확인시켜주는 청춘, 알약과 청춘은 우리의 삶에서 또는 살아감에 있어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본드 같은 것이라고 과감하게 정의해봅니다. 인생에서 소중한 것들은 대개 조금 일찍 오거나 너무 늦게 온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몸과 마음으로 체득하고 있는데도 어쩌면 우리 모두는 이미 와 있는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기다리는 청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흔해서 가장 소중한 '청춘'이라는 말, 뜨겁습니다.
그들이 말했습니다. 사랑이란 말은 사소하고 사소한 서푼어치도 안 되는 흔한 말이지만, 사랑하는 것은 목숨을 걸 만큼의 가치 있는 일이라고 사랑의 파이터들은 말합니다. 사랑은 모든 신비의 자물쇠를 여는 만능의 열쇠라고 대개는 말합니다. 사랑은 외로움과 외로움의 단면을 덧대어 빛나게 해주는 햇빛입니다. 사랑하는 두 사람은 퇴행한 아이 같아져서 환상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나르시시즘의 환상 때문에 사랑은 영위되는 것입니다. 사랑은 방어기제를 들이대지 않습니다. 억압하지 않으며 눈치 보지 않습니다. 사랑은 사랑스러운 게 다 사라질 때, 그때 하는 것이 진짜 사랑이라고 말하는 이도 가끔 있습니다. 아무나 사랑할 수 있지만 아무나 사랑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랑이 사랑을 '사랑' 할 수 있도록 놓아주는 것이 진짜 사랑이라고 도가 트인 말을 하는 이도 있습니다.
사랑은 말로 시작되는 것보다 어딘가로부터 조용히 와서 아무도 모르게 스며드는 것입니다. 사랑은 가슴에 불로 오며, 그러면서 흐르고, 상대방의 티눈까지도사랑해야 하는 것입니다. 당신을 향해 기어가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목소리를 듣고 담벼락을 오르는 담쟁이의 쪼그마한 깨금발 같은 것이 사랑입니다. 사랑은 울 수 있는 가슴을 가져야 하고, 받는 손보다 주는 손을 가져야하고, 내 몸이 되었을 때 진정한 것입니다. 해를 쫓아가는 해바라기처럼 맹목적일 때 사랑입니다. 그 반짝이는 혹은 오래 잊혀져 퇴색한 마음이다가 어느 순간 존재를 예감하며 살아가야할 바탕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랑입니다. 사랑을 사랑할 때, 무릎 꿇고 죄를 꿈꿀 때, 중간중간 호흡이 멈출 때, 참 가볍고 시시한 말, 보·고·싶·다 이 말이 가끔 입안을 맴돌 때, 사랑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 이 세상에서 가장 듣기 힘든 말, 이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말, 이 세상에서 가장 불경스러운 말, 이 세상에서 가장 촌스러운 말, 덜컹 가슴이 내려앉는 이 세상에서 없어선 안 되는 말 '사랑해'를 생산하는 것이 사랑입니다. 가장 어리석을 때, 가장 깜깜할 때, 가장 무지할 때 등불을 들어주는 것이 사랑해입니다. 실체가 아니면서 실체인 말이 사랑해의 근원입니다.
홍매가 필락 말락 하는 달포 전, 통도사 경내를 걷다가 '법구경'에 있는 글귀를 보았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지 말라. 미워하는 사람도 만들지 말라. 사랑하는 사람은 못 만나 괴롭고, 미워하는 사람은 만나서 괴롭다'. 오랫동안 이 말이 나에게 많은 말을 걸어오리라는 것을 예감하면서, 너무 흔해서 가장 귀한 '사랑'이라는 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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