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이면 드디어 부울경은 '국립부산과학관'을 맞이하게 된다. 부산과학관의 국립화, 독립법인화를 위해 그동안 지속적이면서 일관적인 기사를 내보냈던 국제신문의 노력이 헛되지 않은 것 같아 부산시민으로서, 애독자로서도 기쁘다.

과학관 하나 생기는 게 뭐 대수냐 할 이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2002년 과학관 건립의 첫 불씨가 잉태되어 이후 10여 년이 넘게 부침을 겪으며 드디어 개관을 눈앞에 둔 사실이나 정부와 부산시가 1300억 원을 들여 건립했다는 사실을 안다면 허투루 볼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부산과학관이 부산시민 114만여 명의 서명으로 건립되었으며, 독립된 법인으로서 시민참여형 과학관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즉 국립과학관 유치는 부산시민의 힘으로 이룬 쾌거이다.

국제신문은 2006년 국립과학관 부산 유치 서명운동부터 주도해 관련법 개정에 이르기까지 시민의 염원이 헛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국립부산과학관 건립의 첫 삽을 뜬 2013년부터는 시민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정부와 부산시에 올바른 선택을 촉구하는 기사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일방적인 추진을 지적하는 사설이나 칼럼, 법인화 과정의 지연, 법개정 지연 등 현실적 문제의 보도 등은 시의적절했다.

'국립부산과학관-문제는 콘텐츠다'라는 타이틀로 2013년 9~11월 게재된 기획기사는 건물 건립 문제를 넘어 이후 운영방안, 프로그램, 인적 자원 등에 대한 고민을 다루었다. 대구와 광주과학관은 같은 국립이지만 준비부족으로 번듯한 과학관을 지어놓고도 1년 가까이 문을 열지 못했고 현재도 적자에 시달리고 있으며, 관치 때문에 시민참여형이라 보기 어렵다. 부산과학관이 같은 절차를 밟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콘텐츠가 중요한데 이를 놓치지 않고 환기시키는 노력이 주효했다.

2014년 9월 및 10월에 걸쳐 '미국의 과학관을 가다'라는 3차례의 기획보도도 있었다. 부산과학기술협의회와 함께 미국의 주요 과학관을 돌아보고 운영방식과 전시 특징, 바람직한 과학교육 프로그램에 관해 알아보는 등 부산과학관을 실제 운영하는 데 필요한 노하우에 대해 고민하는 기사였다.

2월 17일 자 신문에서는 전날 국회를 통과한 과학관법에 대한 기사를 1면에 실으면서 5면에서는 지금까지의 추진 현황, 국립화·법인화의 의미, 앞으로 산적한 문제들에 대해 알기 쉽게 요약 정리한 기사로 시민들의 이해를 도왔다. 그러나 부울경 지역사회에서의 과학관의 역할에 대해서는 언급이 미흡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유럽의 과학관이 그 지역의 문화와 과학적 유산이 결집된 대표상품이듯 부산과학관이 부산의 대표상품으로 자리잡기 위한 면면을 날카롭게 지적할 필요가 있다.

청년실업, 은퇴자나 명퇴자들의 제2의 취업, 노인들의 일자리도 문제다. '지역 일자리'가 화두인 이때, 국립부산과학관은 지역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여 앞서 얘기한 대로 겉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콘텐츠 중심의 내실 있는 운영이 되기를 바란다.

과학관이라 해서 단순히 아이들 위주의 작은 박물관 수준으로 생각하고 넘어갈 것이 아니다. 물론 자라나는 세대를 위한 훌륭한 투자인 것은 분명하다. 2월 11일 자 '성적 최상위권 중학생들 부산 떠난다', 2월 12일 자 '지역고교 경쟁력 키우고 선택폭 넓혀야'라는 기사에서 보듯 부산의 미래인 훌륭한 인재들의 유출이 예상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곧 부산의 청년층 유출, 인구 고령화, 경쟁력 약화 등으로 이어진다. 과학관 하나 잘된다고 해서 이런 문제까지 해결되겠느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과학관을 매개로 부산이 동남권 과학단지 메카로 자리 잡는다면 인재를 오히려 끌어들이는 훌륭한 수단이 될 것이다.

과학관의 또 다른 가치는 부산의 미래산업 창출을 위한 기반시설이자 훌륭한 관광자원이라는 것이다. 일례로 근래 신문에 계속 오르내리는 '유커'에게 과학한류이자 관광상품으로도 손색없는 곳으로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올해도 유커가 몰려온다, 춘절 대목이다'라는 류의 단발성 기사만 넘쳐나고 몰려오는 유커에 대비해 어떤 콘텐츠를 개발하고 무장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별로 없는 듯하다. 국립부산과학관은 당연히 시민의 이용이 우선되어야 한다. 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과학한류와 연관된 역할에 대해서도 과학관과 국제신문이 고민해 봐야 한다고 본다.

사람의 일생으로 치자면 이제 출산을 앞두고 있는 태아에 불과한 국립부산과학관이 어엿한 성인이 되기까지는 적절한 인재와 콘텐츠 구비, 유능한 운영진 가동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잉태의 역사부터 같이한 국제신문은 국립부산과학관의 성장에 그 책임을 다하기 바란다.

부산의료원 홍보실장·비뇨기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