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이름만 '전국'일 뿐 실제로는 수도권과 대기업 중심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단체라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바다. 전경련이 그저께 발표한 '2014 강소기업 키우기' 사업 역시 이 같은 문제점이 그대로 재현됐다. 선정된 11개 기업 중 동남권은 창원의 대건테크 한 곳 뿐이다. 나머지는 서울(3곳) 경기(3곳) 충청(4곳) 등 범수도권이 독점했다. 상대적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이 큰 비수도권 기업을 배려하기는커녕 배제하는 전경련의 풍토가 우려스럽다.

이 사업은 글로벌 강소기업을 키우자는 취지로 2011년부터 시작돼 올해까지 33개 기업이 선정됐다. 기술력은 있지만 경영 노하우가 부족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전경련 경영자문단이 중장기 비전 수립과 판로 확대 방안 등을 자문해 준다. 전경련에 따르면 1~3기 22개 기업의 올해 평균 매출은 지난해보다 12.6% 늘어났다. 특히 2011년 선정 8개사의 평균 매출은 3년 사이 172억 원에서 237억 원으로 37.8% 증가했다. 국내외 경제불안과 내수부진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비수도권 기업 홀대는 또 있다. 벤처·창업기업, 기술혁신, 수출비즈 등 전경련의 3개 멘토링 사업의 올해 대상 기업 84곳 중 70곳(83%)이 수도권과 충청권이며 동남권은 4곳(4.7%)에 그친다. 공정한 경쟁 끝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 수긍하겠지만 그렇지 못하다. 전경련 측이 이들 사업의 홍보가 비수도권에는 소홀한 점이 있다고 시인할 정도로 비수도권 기업들은 이런 제도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비수도권 기업은 시작부터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전경련 측은 자문위원이 대부분 서울에 거주해 비수도권 기업에 대한 자문 참여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업이 아니라 자문위원을 위한 제도인 셈이다. 이를 조정해야 할 전경련이 방관하고 있으니 사정이 나아질 리 만무하다. 부산시나 부산경제계도 전경련만 탓할 것은 아니다. 부산은 2011년 강소기업 키우기 사업대상자로 선정됐던 덕신기업이 경남 진주로 이전하는 바람에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향토기업이 전경련 자문단을 활용해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우수기업 발굴과 홍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